많은 세월의 빛 바랜 흔적으로 검은머리가 희끗희끗 반백이 되어 가는데 그래도 내세울만한 자존심이 있다면 성주여중고 졸업생이라는 것입니다. 삶에 겨워 기대고 싶을 때, 마음놓고 울어보고 싶을 때 나는 가끔 내 모교 성주여중고를 걸어봅니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우리가 걸어온 까닭은 무엇일까. 학창시절 내가심은 아카시아 나무가 저 나무일까? 이 나무일까? 그때는 땔감 때문인지 식목일날 아카시아나무를 심었습니다. 고3때까지는 늘 내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수년이 지나 가보니 내 나무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문 여러분! 우리는 각자 떨어져 있어 얼굴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동문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하나되어 오늘날 제 25회 동창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 사랑하는 후배님들!
학창시절 동창회장은 초대회장인 현재 수륜중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는 이선희 선배님과 같이 훌륭한 분들만 맡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같이 부족한 사람이 회장이 되어 선배님들의 뒷줄에 서게 됨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이제라도 동창회와 모교의 발전을 위해 조그만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1회에서 50회까지 연락처와 에덴동산에서 함께 했던 선생님들, 선후배 모든 사람들의 소식을 한 권의 책에 모아서 동문 여러분께 전달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 사랑하는 동기들과 후배들의 우체부가 되어 열심히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성주중고 못지 않은 동창회를 은사님들을 모시고 해마다 개최해 보겠습니다.
학창시절 제가 아파 힘들 때 내 책가방을 들어주던 동기들의 작은 사랑마저도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저희에게 때로는 엄격한 아버지 같고, 때로는 자상한 어머니 같고, 때로는 다정한 친구였습니다.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말없이 지켜보시던 그 모습이 그립습니다.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생전처음 농협공채시험에 합격하여 근무하던 시절 큰 잘못을 범한 적이 있었습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지 않는 냉정한 직장생활에 밤새도록 울고 또 울며 실수를 사랑으로 감싸주시던 선생님들의 큰사랑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 부디 건강하십시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일일이 찾아뵙지 못하고 인사드리지 못하는 마음 지면을 통해서 용서를 빕니다.
사랑하는 후배님들, 자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지혜를 한번씩, 가끔 한번씩 떠올려 보십시오. 내 마음 속의 더듬이로 자기를 체크해 보십시오. 내가 남보다 불행하다고 생각되거든, 자기만이 불행하다고 생각되거든 노인병원을 찾아가 하루를 쓰십시오. 그리고 연말이 되면 유언장을 한번씩 써보십시오. 남은 인생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순종하는 습관을 가지고 행복한 가정을 가꾸는 지혜로운 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사람이 학원을 운영하며 어미 없는 어린 학생들을 돌볼 때마다 가슴 저미며 나는 그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나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봅니다. 50여년의 수 많은 선배들은 이제 여러분들의 선배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어머니로서 늘 여러분 곁에서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삶의 절대적인 기도자가 되어 조용히 뒷켠에서 기도하겠습니다.
동창회를 위해 끊임없는 사랑과 정성으로 돌봐주신 각기 대표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중학교 15회, 고등학교 14회 동기생들, 우리 동기 파이팅!
동창회를 위해 피땀 흘려 모은 큰돈을 주저 없이 내 놓으니 저희 임원들은 더욱 힘이 납니다. 앞으로 우리 동창회가 더 많은 동문들이 모여 활성화되고 서로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성숙된 동창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