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떤 의미로든 물러난다는 것은 그리 상쾌한 말은 아니다. 죽마호(竹馬好)의 친구 최태수 교장의 퇴임에 축하와 위로를 함께 보내면 어떨까 한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중학교 최 교장의 정년퇴임식에 참석했다.
최 교장과는 고향인 성주 수륜 법산에서 초등학생이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 사이다. 그 후 최 교장은 도시로 유학(?)을 가는 바람에 방학 때라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군복무를 마치고 수년 후 만난 친구는 어느새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나도 한때는 선생님이 꿈이기도 했기에 친구가 부럽기도 했고 더 솔직히는 잠시나마 시샘을 느낀 적도 있었음을 이제야 실토한다.
최 교장은 첫 부임지 서울 선정여고를 시작으로 신천중, 선린상고를 거치고 서울시 교육연구원 연구사, 서울시 교육청 장학사, 신림중, 가락고 교감을 역임하고 언남중학교 교장으로 봉직했다.
그 뒤 서울 동작교육청 학무국장을 거쳐 성북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하고 2006년 3월부터 봉은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을 맞았다. 교단, 행정, 연구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 최 교장이야말로 교육계의 준족이라 할만하다. 교육입국의 뜻을 품고 교단에 선 여정이 어느덧 33년의 세월이 흘렀다하니 이는 오로지 남다른 사명감이 좌우명이 되었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퇴임식장에는 최열곤 전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하여 다수의 교육청 관계자들과 중고등학교 장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으며 학교 운영위원회, 학부모회 등에서도 많이 참석해 교육자 최 교장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 전 서울시 교육감은 축사에서 “33년이란 짧지 않는 교육자 생활을 지켜온 최 교장은 내 몸 돌볼 새도 없이 매사 열정만을 앞세워 일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후유증인지 3년여 전부터 지병을 얻어 대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투병해 오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틈틈이 통원 치료를 하면서도 학교업무에는 조금도 소홀함이 없이 추진해 왔다니 강인한 의지력과 정신력, 또 교육계나 동료 교사들의 사랑과 배려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으리라 생각됩니다”라면서 “이제 모든 것 잊고 건강 관리하면서 새로운 삶으로 유유자적하기 바랍니다”고 격려했다.
이어 주명자 교감선생님은 송공사(頌功辭)에서 “최 교장은 투병 중 삶의 극한 상황 속에서도 탁월한 교육적 능력을 발휘해 주셨음이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면서 울먹이며 읽어 내려가는 대목에서는 분위기가 숙연해 지기도 했다.
최 교장은 퇴임사에서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만나 사랑과 영혼의 교감으로 이뤄지는 인간형성의 과정이므로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 한평생 외길로 교육에 몸 담아온 나 자신이 때로는 흐뭇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두 차례의 대수술로 한때 삶의 의지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곳 봉은동산에서 평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며 회고한다. 이 대목에서는 어깨를 들썩일 정도의 격정으로 잠시 이야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어 최 교장은 “본교 출신으로 외국으로 이민 갔던 학생 중 상당수 학생이 다시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자부심을 가집니다. 이유인즉 매년 졸업생의 10분지1 이상 특목고 진학률이며, 8학군 명문고에도 진학률이 매년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또 교실 안팎 깨끗한 학교 환경과 시설, 50인조의 오케스트라 등 학교 자랑거리가 많아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자랑이며 보람입니다”라고 말했다.
최 교장은 지금까지 문교부장관 표창, 교육감 표창 등 교육에 이바지 한 공로로 많은 표창을 받았으며 이번의‘녹조근정훈장’이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한 응보이기는 하나 어딘지 모르게 한없이 허전한 마음은 나만이 갖는 느낌일까?
부인 김영애(양재고등학교 재직) 여사와의 슬하에 2녀1남을 두어 다복한 가정을 이루었으니 부디 건강을 회복하여 앞으로 여느 할아버지들처럼 외손, 친손자들의 든든한 말벗이 되어 평안한 노후가 되기를 친구로서 바라고 싶다.
/서울지사장 최 종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