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향으로 가는
다름티 재를 넘었다.
바람처럼 꼬리를 휘감은
몇 굽이를 내려와
문득 가슴의 바닥을 헤집어 보니
청춘은 청운의 깃발을 접고
내려앉아 언제 떠났는지 간 곳이 없다.
수줍게 얼굴 붉히며
뒷모습에 대고 손을 흔들어주던 고향
볼낯이 없어
활개치며 찾아올 염치는 없지만
몽유병 환자처럼 다가와
어메의 애환이 묻은 논배미 몇 자락
그곳에 오면
아직도 흙으로 천직의 열매를 가꾸는
다섯 살 손위 하나뿐인 형님의
선한 얼굴에 피는 환한 안부가 반갑다.
다름티 재를 넘어
따라온 바람은 귓전에 속삭인다,
무수히 타향을 떠돌면서도
떨칠 수 없는 족쇄를 하고
주름진 삶에 아무리 가슴이 식어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잠재우지 못하면
우리는 언제나 고향의 노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