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해냄 출판사 펴냄
주제 사라마구 지음 / 정영목 옮김
성주읍 도현세
다른 책을 찾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EBS ‘책으로 만나는 세상’에서 한 번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끌어당기는 뭐가 있다. 이틀 동안에 다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보이지 않는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여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한 도시에 눈앞이 뿌옇게 안 보이는 ‘실명’ 전염병이 퍼진다.
갑자기 빨간 신호등 앞에서 눈이 먼 첫 번째 남자와 그 사람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눈먼 사람의 차를 훔치는 도둑이 눈이 멀고 그의 아내가 눈이 멀고 안과 의사가 눈이 멀고 소년 노인 아가씨 처음에는 셀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멀었지만 차츰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처음에는 5명의 눈먼 사람들이 수감되고 반대편 건물에는 보균자들이 수용된다. 그리고 더 많은 인원들이 들어오고 또 그곳에서는 눈먼 자들을 이용하는 불량배가 생겨난다. 먹지도 입지도 씻지도 못하는 수용소는 완전 암흑천지에 지옥 같은 생활이 된다. 그런 중에도 보이는 여자 하나가 자신의 남편을 따라 들어왔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누군가 수용소에 불을 지르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온다. 탈출하여 밖으로 나왔을 때 세상 모든 사람은 모두 눈이 먼다. 눈이 보이는 사람은 안과 의사 아내 한 사람뿐이다. 그녀는 처음으로 눈이 먼 다섯 명의 동료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보살펴 준다.
암흑의 도시, 거리는 쓰레기가 넘치고 주검들이 널려 있는 도시,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그런 공포의 죽은 도시가 되어 악취만 나는 그곳에서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즉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시골에 가서 살 궁리를 하는 찰나에 그들은 처음에 눈이 먼 남자부터 다시 안구가 회복된다.
보이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비록 추하고 더러운 오물이나 쓰레기가 있다 하여도 세상은 보여야 한다. 보이지 않는 세상은 죽은 사람과 같다. 눈이 보배이다.
아름다운 눈에는 아름다운 것만 보이고 추한 눈에는 추한 것만 보인다.
눈이 보이므로 세상을 얻은 기분이다.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희망이 생겼다. 세상은 물어뜯는 이빨을 가진 양심이 소중하다. 희생, 또는 배려. 희망과 믿음으로 순응하면서 그들은 조화롭게 살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