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지갑을 하나 주웠다. 그 안에는 돈 5만원과 지갑 주인의 연락처가 적힌 명함이 들어 있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이럴 때 어떻게 하겠는가.
미국의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 사에서 어느 나라 국민이 가장 정직한가를 조사한 일이 있다. 전 세계의 대도시와 중소도시, 그리고 농촌 지역을 선정하여 미화 50달러에 해당하는 현찰과 지갑 주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지갑에 넣어서 일부러 떨어뜨리고는 얼마나 회수되는지 조사해 보았다. 1천100개의 지갑을 그런 식으로 해서 시험을 했는데 그 중에서 56%가 회수되었다고 한다.
가장 정직한 나라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가장 부정직한 나라는 아르헨티나, 이탈리아였다. 회수율을 보면 노르웨이가 100%, 일본이 70%, 미국이 67%, 영국이 65%, 프랑스 60%, 독일이 45%, 러시아가 35%, 멜라민 파동의 진원지 중국은 30%, 멕시코 21%였다. 우리나라는 70%였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나라에는 정직한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면서도 몇 년 전에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의식구조를 조사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47%가 ‘정직하고 겸손하면 바보로 취급되고 손해를 본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국민의 63%가 ‘정직하게 살면 성공하지 못한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데릭 벨이라는 사람이 ‘바르게 살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작은 책을 썼다. 흑인으로서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절에 태어났던 그가 자신의 삶을 통하여 정직하게 바르게 살면서 성공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헌법학 교수 중의 한 사람이다.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직을 획득했던 인물이다. 또한 미국 최초의 흑인 연방대법관으로서 지금도 시민권회복 운동과 흑인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버드 법대가 아시아 여성교수 채용을 거부하자 이에 항변하여 선망의 종신교수직을 미련 없이 버렸다. 그 후에 오리건 대학 학장직에 임명되었지만 이 대학 역시 능력 있는 유색인종 여성교수 채용을 거부하자 또 학장직을 깨끗이 사임했다.
양심과 신념에 따르는 올곧은 삶을 살면서도 성공하고 명예를 얻은 대표적인 인물로 존경받고 있는 데릭 벨은 현재 뉴욕 대학에서 헌법학을 강의하고 있는데, 뉴욕 대학은 그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서 매년 ‘데릭 벨 강의 시리즈’를 개설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무엇이 옳고 도덕적인 것인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사회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성공의 직선 코스를 선택하는 우리에게 참된 성공을 위한 여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도덕적 열정을 가져라. 부와 명예가 사회적인 성공의 척도가 되어있는 현실에서 도덕적인 삶을 성공의 척도로 삼으라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原題)도 Ethical Ambition이다. 둘째,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를 가져라. 셋째, 도덕적 신념을 가져라. 넷째,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라. 특히 배우자와의 평등관계와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라. 다섯째, 도덕적 영감을 가져라. 그 어떤 위협과 고난 앞에서도 도덕적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훌륭한 사람들로부터 교훈을 얻고 영감을 받으라는 것이다. 여섯째, 겸손하라. 겸손을 가장 강조했다.
그가 오리건 대학 학장에 임명되었을 때 그의 친구 피터 고메즈 목사가 이런 충고를 했다. “데릭, 학장으로서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이렇게 말하게. ‘나는 학장이다. 그러므로 나는 악마다’” 우리는 자주 거울을 들여다보며 좋은 의도를 스스로에게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개혁자의 손안에 든 힘은 압제자의 손에 든 것만큼 잠정적으로 부패한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힘을 가진 자일수록 겸손해야 한다.
그는 우리 모두가 양심과 소신에 따른 삶을 살아도 손해보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을 포함한 많은 주변 인물들과 역사적인 인물들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직을 포기하면서까지 불의를 향해 정의의 목소리를 높였고, 인권운동가로 굴곡 많은 삶을 살았음에도 여전히 성공한 교수이자 법조인으로 존경받으며 살고 있다.
우리 모두가, 특히 청년들이 데릭 벨처럼 올바르게 살아서 참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나아가서 ‘바르게 살아도’가 아니라 ‘바르게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본을 이 부도덕한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