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치(칼치)와 belt fish(허리띠 고기)
‘갈치’의 ‘갈’은 ‘칼’(刀)의 고어이며, ‘-치’는 흔히 물고기를 나타내는 어조사로 쓰이는 것으로, 예컨대, 꽁치 멸치 삼치 등에 붙는 ‘-치’와 같은 것이다. 경상도 함경도 사투리로는 ‘칼치’라고 한다. 이 물고기의 모양이 길고 끝(꼬리)이 뾰족한 것이 칼과 같다 하여 ‘갈치’(칼치)라 불렀는데, 영어권 사람들은 그 모양이 벨트(belt, 허리띠)와 같아 하여 ‘ belt fish’라고 하였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칼과 같다 하여 ‘Degenfisch’라 하고, 일본 사람들은 우리말과 같은 뜻으로 たちうお(太刀魚) 즉 ‘큰 칼 물고기’라고 하는데, 중국 사람은 영어와 같은 뜻으로 ‘帶魚’라고 쓴다. 영어로는 갈치와 비슷한 물고기(우리말로는 ‘황새치’)를 ‘sword fish’(문자대로는 劍魚)라 하나, 이러한 것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 鼻懸鈴)라는 것 아닌가? 같은 인구어(印歐語)에 속하는 영어와 독일어도 같지 않으니, 언어에는 동-서양의 구별도 없는 것인가?
♣‘갈치’라는 물고기, 그 모양이 과연 칼에 가까운가, 허리띠에 가까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