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공간 속에 있지 않고
머나먼 시간 속에 있다
어린시절 부르던
흘러간 노래 한 소절과
그것이 떠올리는 시간
아득히 먼 별에 숨어 있는 한 송이 꽃처럼
믿을 수 없는 기억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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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마음속에 있다는 말도 있고, 고향에 살면서 고향이 그립다 하기도 하지만, 고향은 언제나 시간의 기억 속에 있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흘러간 옛 노래처럼, 아니 흘러간 옛 강물처럼 다시 그 강물에, 옛 친구들과 함께 발을 담글 수 없다. 발을 담근다 해도 친구도 이미 옛 친구가 아니고 물도 옛 물이 아니다. 아, 이 시인이 그 옛날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라는 시에서 노래했듯이, ‘흐르는 것이 어찌 강물뿐이’겠는가. 세상에 흐르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흐르는 시간 속을 우리는 그저 우리를 둘러싸고 흐르는 풍경처럼 흘러갈 뿐, 다만 우리는 흘러갈 우리의 노래와 숨소리를 뒷날 다시 기억하고 그리워할 이 순간에다 깊이 새겨 두는 것이다.
- 배창환(시인.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