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깜깜이던 규중의 여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독립투사가 되었다.
창숙 선생 망한 나라를 세우기 위해
아들 둘을 독립이란 이름의 사지로 밀어 넣고
자신도 벽을 지고 손발을 붙들어 맨 어른
그를 세워 주는 건 자신도 아들도 아닌
며느리 손응교 여사였다.
주재소에 불려가 내일을 위협 받으면서
시말서를 쓰고 나와서도
자신만을 의지하는 시아버지 명을
가슴 속에 절명시를 쓰면서 받들었다.
밀서를 품에 품고 중국으로 만주로
국내 곳곳을 누비고 다녀
목숨을 초개에 걸고 시아버지 뜻을 전했다.
조국을 위하여 목숨이 가벼운 사내들
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고
가문을 지켜낸 건
물처럼 깊은 손응교 여사였다.
남편을 위하여 최선의 사랑을 하고
시아버지의 조국을 위하여 최선의 헌신을 하고
출가하여 몸을 맡긴 가문을 위하여
여인이 가야할 최선의 길을 간 손응교 여사
그는 늙어도 일신의 영광을 거절하고
심지 깊은 필부의 길을 한사코 가고 있다.
이 시대 가장 우뚝한 필부 하나 한사코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