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머 마을에 액시노프라는 젊은 상인이 살았다. 어느 여름날 니츠니 시장으로 장사를 하러 떠나려고 하는데 아내가 말렸다. 남편의 머리가 하얗게 센 꿈을 꾸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꿈이라고 하며 길을 떠나 도중에서 아는 상인을 만나 그날 밤 한 여관에서 묵었다.
액시노프는 선선할 때 여행을 하기 위해 새벽 일찍 마부를 깨워 길을 떠나 아침이 되었을 때 말에 먹이를 주기 위해 한 주막집에서 잠시 쉬었다. 그때 요란하게 방울을 울리면서 경찰마차가 달려오더니 액시노프의 짐을 수색하여 피 묻은 칼을 한 자루 찾아냈다. 간밤에 옆방에 투숙한 그 상인이 살해당했다는 것이었다. 꼼짝없이 살인 혐의를 받고 가까운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 아내가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와서 남편을 면회하면서 말했다.
“그날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여보, 나에게는 진실을 말해 줘요. 당신이 그를 죽인 것 아니에요?” “당신마저 나를 의심하오?” 액시노프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었다. 아내가 가고 나서 그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하며 혼자 말을 했다. “하나님만은 진실을 알 것이다. 내가 호소할 분은 하나님밖에 없다”
액시노프는 시베리아로 유형 되어 26년을 보냈다. 머리는 백발이 되고 허리는 굽었다. 쾌활했던 성격은 사라지고 웃음도 잃었다. 그러나 기도하는 일은 쉬지 않았으며 주일에는 교회 성가대에서 찬송을 불렀다. 형무소 직원들은 그를 점잖은 노인으로 대접하고 죄수들은 그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고향으로부터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죄수들이 들어왔다. 그 중에 키가 크고 건장한 한 죄수가 말을 훔친 죄로 들어왔다고 하면서 “사실은 내가 26년 전에 여기 왔어야 했는데”라고 했다. 그의 고향은 액시노프와 같은 블라디머이고 액시노프의 집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아들들은 부자 상인이고, 액시노프도 여기 시베리아에 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이름은 세미오니치. 떠들어대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니 자기에게 살인 혐의를 씌운 자임에 틀림없다는 감이 잡혔다.
2주일이 지난 후,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감옥을 돌다가 세미오니치가 마루 밑에서 감옥 밖으로 나가는 땅굴을 파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액시노프에게 말했다. “입 다물고 있어. 성공하면 함께 도망칠 수 있으니까. 만약 입을 열면 너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액시노프가 말했다. “나는 도망칠 생각 없다. 그리고 너는 나를 죽일 필요가 없어. 26년 전에 이미 너는 나를 죽였으니까. 나는 하나님이 시키는 대로 할거야”
며칠 후 땅굴 파는 사실이 발각되어 죄수들을 모아놓고 심문을 했다. 모두가 그 일에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실토를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액시노프에게 물었을 때 그는 말했다. “나으리, 저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저의 목숨을 나으리 처분에 맡깁니다” 할 수 없이 그 문제는 미결로 끝났다.
그날 밤 액시노프가 지나간 일을 생각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세미오니치가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고했다. “액시노프, 용서해 주시오. 26년 전 내가 그 상인을 죽이고 돈을 훔쳤소. 당신도 죽일 생각이었으나 밖에서 소리가 나서 그 칼을 당신 짐 속에 감추고 창문으로 도망쳐 나왔소. 내일 이 사실을 자백하고 당신은 석방되도록 하겠소. 그리스도의 자비로 나를 용서해주시오” 하며 흐느꼈다. 액시노프도 울면서 말했다. “하나님이 용서해 주실거요. 어쩌면 나는 당신보다 백 배 더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오” 액시노프의 석방 명령이 전해졌을 때 그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마지막 눈을 감았다. 이것은 톨스토이의 ‘하나님은 진실을 아신다. 그러나 기다리신다’라는 단편의 줄거리이다.
요즘 인기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자살 원인이 모두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 살벌한 세상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살아가는데 악의적인 억울한 말을 듣게 되고, 그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를 찾지 못하면 결국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사회적 가치의 혼란이나 실존적 무법 현상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때문에 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울증이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세상사가 자기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우울증이다.
‘백인당 정비공사와 정견대 건립공사’에 관련된 문제로 우울해 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속 끓이지 말고 액시노프가 한 이 말을 한번 되새겨 보자. “하나님은 진실을 아신다. 그러나 기다리신다. 어쩌면 나는 당신보다 백 배 더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그런 일 가지고 우울해 할 것도 억울해 할 것도 없을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