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1991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가 내세운 슬로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에 빗대어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알리고자 하는 말이다. 중국발 멜라민 파동에 따른 국민적 관심사는 가히 공포라고 하리만큼 크지만 정작 따지고 보면 멜라민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매일 먹는, 아니 먹어야하는 식품첨가물이 건강을 위협하는 제일의 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편집자 주】
우리가 자주 먹는 소시지나 청량음료 등은 왜 맛깔스러운 색과 새콤달콤한 맛을 낼까? 커피 크리머와 라면수프는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이리도 고소하고 시원한 맛을 낼까? 명란젓의 색깔이 저리도 고울까?
놀라지 마시라. 모두 산미료 착색제 연화방지제 보존료 감미료 유화제 등 소위 식품첨가물의 마술이다. 소시지나 햄은 아질산나트륨 덕에 굽거나 익혀도 예쁜 선홍색을 띠고, 청량음료에는 타르색소 등이 첨가된다. 커피 크리머는 물과 기름으로 만들며, 라면 수프에는 천연국물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단백가수분해물이 맛을 좌우한다. 그 맛있는 명란젓에도 20여 가지의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니 놀라 자빠질 일이다.
얼마 전 멜라민 파동이 전국을 휩쓸었고 아직도 그 그늘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식약청 발표에 의하면 멜라민의 독성은 그리 크지 않고, 사람들이 다량 섭취하기도 어렵다. 또 멜라민 성분은 수용성이어서 24시간 안에 대부분 소변 등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멜라민이 137ppm이나 검출된 ‘미사랑 카스타드’의 경우 체중 60kg인 성인은 매일 낱 포장 40개를, 체중 20kg인 어린이는 14개 이상을 먹어야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한다.(물론 갓난아이나 개처럼 멜라민이 들어 있는 분유나 사료를 매일 주식으로 먹을 경우에는 극히 위험하다) 이럴 경우는 거의 없다는 뜻이며, 결국 멜라민은 위해 가능성도 적고 피할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반해 식품첨가물은 멜라민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멜라민은 어쩌다 섭취하게 되는 물질이지만 식품첨가물은 매일 70∼80가지씩 10g 정도(1인당 연 4kg)를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첨가물 중 안전성이 100% 검증되지 않은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가받은 식품첨가물은 620가지(합성향료 1834가지 제외)에 이른다. 이 중 안전성이 의문시되는 대표적인 식품첨가물은 아질산나트륨과 타르 색소.
아질산나트륨은 소시지나 햄 같은 육가공품의 선홍색을 유지해 주는 색도유지제이다. 통상 육류는 상하거나 익히면 색깔이 변하는데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면 소시지나 햄처럼 불에 굽거나 지져도 여전히 선홍색을 띄게 된다. 하지만 아질산나트륨은 육류와 결합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비타민C를 병용하면 니트로소아민 생성을 줄일 수 있다지만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할 수 없다. 다른 첨가물과 결합해 어떤 독성물질을 만들어 낼지 모르고, 식품첨가물의 칵테일 효과는 검증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조사에 의하면 가공육 식품 128개에서 햄 52종, 어육소시지를 제외한 소시지 27종, 베이컨 6종이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르 색소는 캔디나 음료수 색깔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착색제이다. 석탄의 부산물로 만드는 타르색소는 일부 색소가 간에 해롭고, 혈소판 감소증, 천식, 암 등을 유발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은 발암성을 이유로 적색 2호의 사용을 금지했고,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과자나 아이스크림류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EU(유럽연합)는 황색 4, 5호, 적색 40, 102호 등이 들어간 음료에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색소가 어린이 과잉행동장애, 집중력 결핍, 분노 따위의 장애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안식향산나트륨, 아황산나트륨, 글로타민산나트륨(MSG)도 과다 사용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한다. 안식향나트륨은 탄산음료 등의 부패를 막는 첨가물질이다. 최근 DNA를 손상시켜 간경변이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또 음료 속의 비타민C와 결합하면 발암물질인 벤젠을 생성한다.
아황산나트륨은 식품에 첨가되어 세균발육 억제, 색 변화방지, 밀가루 반죽의 품질 개선, 표백작용을 한다. 그러나 물에 녹으면 강한 산성을 띠어 인체에 유입될 때 식도를 훼손하는가 하면 위 점막을 자극하고 통증을 일으키며, 만성기관지염, 천식 등을 유발한다. 물엿, 포도주, 잼 등을 지나치게 흡수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글로타민산나트륨(MSG)은 다량 섭취할 경우 두통, 메스꺼움, 허약, 팔뚝과 목덜미 부위에 타는 듯한 증세를 일으키고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한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어묵전 제품과 맛살제품 대부분이 MSG를 사용했고 햄, 소시지, 어육소시지, 베이컨에서도 검출됐다.
커피, 녹차, 콜라, 초콜릿 등에 함유된 카페인도 주의가 요망된다. 적당량은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지만 지나치면 불안, 메스꺼움, 수면장애, 가슴 두근거림 따위의 증세가 나타난다. 식약청은 하루 카페인 섭취량을 성인 400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어린이는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정하고 있다. 참고로 12g짜리 커피믹스 1봉에는 평균 69mg, 캔 커피 하나에는 74mg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식용색소 적색 2호, 황색 4호, 안식향나트륨, 글루타민산나트륨 등 7가지는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시킨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건강에 직접 해를 주지는 않지만 일부 식품들은 식품첨가물 범벅이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의 저자 아베스카사에 따르면 돼지고기 100kg으로 130kg의 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식품첨가물과 보조재료 덕이다. 명란젓에도 합성착색료, 아질산나트륨, 구연산나트륨 같은 식품첨가물이 20가지도 넘게 들어간다. 양조간장은 기름을 짠 콩 찌꺼기를 발효시키면 아미노산이 나오는데, 여기에 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맛을 내고, 감미료·산미료로 단맛과 상큼한 맛을 보태며, 증점제로 걸쭉한 느낌까지 나게 한다.
검은 색깔은 캐러멜 색소 덕분이다. 고소한 맛을 내는 자판기 커피 크리머에는 놀랍게도 우유 한 방울 들어있지 않다. 오로지 물과 기름에 유화제, 점증제, 캐러멜 색소가 마술을 부린 결과다.
멜라민 파동은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한 역할을 했지만 정작 식품첨가물에 대한 경계심은 느슨한 상태이다. 지금부터라도 식품첨가물로부터 건강에 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더 똑똑하고 현명해져야 한다. 아름다운 장미에도 가시가 있듯이 지나치게 색깔이 예쁘거나, 향이 짙거나, 별스러운 맛을 내는 음식은 식재료의 고유한 특성에서 빚어진 맛이라고 하기보다는 식품첨가물의 ‘마술의 덫’이 씌워져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료제공 한국식품영양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