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할아버지’란 분이 있다. 경기도 가평군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 채규철 박사의 별명이다. ET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ET란 ‘이미 타버 린’을 희화화한 말이다. ‘ET할아버지’란 별명에는 깊고 슬픈 사연이 있다. 40여 년 전 채 박사는 덴마크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서 당시 부산 복음병원장,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장기려 박사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의료조합인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설립했다. 그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수많은 봉사활동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31세의 나이로 동분서주하던 어느 날 차가 산비탈에서 언덕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차에는 어느 고아원 건물에 칠을 해주기 위한 페인트와 시너 통이 잔뜩 실려 있었는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폭발하여 그 불길이 채 박사에게 덮쳤다. 그래서 온 몸이 숯덩이처럼 타버렸다.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이 기적이었다. 코도 귀도 다 녹아버렸고, 눈은 한쪽 눈만 남았는데 윤곽만 남아있어 겨우 볼 수 있는 상태였다. 눈썹은 물론 없고 머리카락도 조금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손은 오그라들고 성형수술을 38번이나 했는데도 얼굴은 흉측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모진 운명을 감당할 수가 없어 여러 번 자살을 기도하였다. 그러나 그를 살린 것은 그의 신앙심이었다. 여기에도 하나님의 무슨 뜻이 있는 것을 믿었다. 그는 여러 곳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다. 그가 강단에 서면 장내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이분의 첫 마디는 “사랑하는 여러분 참 감사합니다”로 시작했다. “이렇게 흉측스러운 사람을 강사로 초청해서 여기 서게 해주신 것을 감사합니다”라고 하고는 그의 감사의 조건부터 먼저 말을 했는데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들이다. “내게 한쪽 눈이라도 남겨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 눈으로 글을 읽을 수 있고, 다리는 성해서 걸어다닐 수 있게 해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말할 수 있는 음성을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귀는 떨어져 나갔지만 고막이 남아있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머리카락은 타서 거의 없지만 뇌가 상하지 않아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것 너무 감사합니다” 이것 외에도 감사의 조건은 너무 많다. 심지어 귀가 없어져서 겨울에 추워도 귀가 시리지 않는 것까지 감사한다고 했다.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결혼해준 아내에 대하여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며 보살펴 주던 아내가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살았다. 그는 1975년 “사랑의 장기 기증 본부”를 만들었다. 1986년에는 그의 전 재산을 바쳐 경기도 가평에 ‘두밀리 자연학교’를 세웠다. 콘크리트 벽에 갇혀 꼼짝없이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목적과 참 인생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으로 봉직하다가 평화롭게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다. 채규철 박사의 감사의 조건은 결코 외적인 조건은 아니다. 외모는 그렇게 흉측스럽게 생겼지만 그래도 자기 이상을 향해서 일할 수 있도록 남겨준 것들에 대해서 감사하며 그 능력을 최선을 다해서 발휘했다. 남아있는 것을 가지고 감사하는 채 박사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감사의 조건을 찾기가 쉽지 않을 지 모르지만 겪고 있는 이 어려움마저도 감사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믿고 감사하는 삶으로 바꾸어 나가자.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없는 것만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없는 것 생각하며 불평하지 말고 있는 것 가지고 감사하자. 거울 앞에 섰을 때 내 모습 여전하거든 감사하자. 별 볼일 없는 내 모습, 나의 무능마저도 감사하자. 떵떵거리고 살다가 쇠고랑 차는 것 볼 때 더욱 그러하다. 훈장ㆍ표창 못 받았어도 나의 정직 자랑하며 감사하자. 은행 통장에 잔고 없어도 펀드 반 토막 나서 가슴 쓸어 내릴 일 없으니 감사하자. 외국 여행 못해 봐도 그보다 더 좋은 천국의 소망 있으니 감사하자. 감사하는 자의 마음속에 하나님 계시고 감사하는 곳이 곧 천국이다. 감사하는 자가 천국을 소유한다.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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