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8월 28일 워싱턴 D.C 링컨기념관 앞 광장에 모인 20만 명이 넘는 군중에게 흑인민권운동가 마르틴 루터 킹 목사는 외쳤다. “우리는 지금 100년 전의 한 위대한 미국인의 상징적 영상 앞에 서 있습니다. 이분은 바로 노예해방령에 서명한 분입니다.
이 중대한 포고는 불공평의 화염에 그을려온 수백만 명의 노예에게는 위대한 희망의 횃불이었습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흑인들은 여전히 인종차별의 쇠고랑과 차별대우의 사슬에 묶여 절룩거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들은 물질적인 풍요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빈곤의 고도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고난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은 ‘아메리카의 꿈’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꿈입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주 언덕에서 그 조상이 노예였던 아들들과 그 조상이 노예 소유주였던 아들들이 형제처럼 한 식탁에 앉을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이 내게는 있습니다.
나의 네 어린 아이들이 피부 색깔에 의해서 판단 받지 않고 그들의 인격에 의해서 평가받을 날이 곧 오리라는 꿈이 내게는 있습니다. 앨라배마주에서도 언젠가는 흑인 소년소녀들과 백인 소년소녀들이 형제자매처럼 손에 손을 잡고 걸을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이 내게는 있습니다”
1954년 마르틴 루터 킹은 보스턴 대학 신학부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아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한 침례교회에 부임했다. 부임하자마자 1955년 12월에 그 유명한 로저 파커스 사건이 터졌다. 흑인 여자 재봉사 로저 파커스가 지친 몸으로 버스에 올라 텅 비어있는 백인석에 앉았다가 그 자리에서 나오라는 운전수의 명령을 거부하자 인종차별법위반죄로 체포되어 구금되었다. 이에 반항하여 흑인 공동체는 버스 보이코트를 벌였다. 몽고메리의 인권개선협회가 이 보이코트를 조정하기 위해 조직되었는데 킹 목사가 의장이 되어 이때부터 민권운동의 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
2008년 11월 5일 버락 오바마의 제44대 미국 대통령 당선 확정으로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은 이루어졌다. 1776년 건국 이후 미국 사회를 버티고 있던 거대한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버락 오바마는 1961년 호놀룰루에서 케냐인 유학생 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재혼한 의붓아버지를 따라 인도네시아에 가서 유년기를 보냈다. 1971년 하와이로 귀국해서 외할머니 슬하에서 사춘기를 보내게 되었는데 국외자로 살아가는 흑인의 좌절을 맛보며 방황했다. 맬컴 엑스 등 급진 흑인지도자들의 책을 탐독하며 정체성을 찾으려고 몸부림쳤다. 그는 술과 담배에 탐닉하며 문제아로 10대를 보냈다.
로스앤젤레스 옥시덴털 칼리지에 입학해서도 마약을 끊지 못했다. 그러나 1981년 컬럼비아 대학에 편입하면서 마약을 끊고 공부에 전념했다. 세계의 심장부 뉴욕에서 주류 사회를 접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할렘가를 둘러보며 ‘지역사회 운동가’의 꿈을 키웠다. 이 꿈을 이루고자 1985년에 흑인 밀집지역인 시카고 사우스사이드로 옮겼다.
이곳에서 3년 이상 활동했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는 변화에 현실적 한계를 느끼고 자신의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해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 수석으로 졸업한 후에 시카고 빈민가로 돌아왔다. 여러 민권소송 전문 로펌에서 활동하다가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생이 시작되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선언했던 당시만 해도 대통령직 도전이 너무 성급하다는 회의가 많았지만 변화에 대한 욕구를 섬세하게 잡아낸 치밀한 선거전략, 탁월한 연설 능력을 무기로 그의 꿈을 이뤄냈다.
꿈을 가지자. 꿈이 없는 사람들은 망해가고 있지만 꿈을 가진 사람은 어떤 핍박에도 견뎌내며 어떤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그리고 인내로 그 궁극의 목표를 추구해 나간다. 꿈에는 생명력이 있다. 꿈은 꿈꾸는 자를 안쪽에서 밖으로 몰아내는 추진력을 가지고 있고, 바깥쪽에서 안으로 끌어당기는 자석의 견인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꿈을 가진 사람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베르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그들은 목맨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이 순간을 얼마나 꿈꾸었던가!” 꿈에도 소원은 통일! ‘코리아의 꿈’은 통일! 이 장엄한 꿈을 우리 모두 함께 키워 나가자. 그리하여 반세기를 넘게 버티고 있는 저 휴전선의 벽을 하루 빨리 무너뜨려 버리자. 소아적인 꿈에 매달리지 말고 크고 높은 꿈을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