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형
한낮 방천길을 걷다 보니
밀잠자리가 연녹색 쑥대에 앉아있을 때
고양이 젠 걸음으로 다가가니
포르르 날개를 떨며, 자리를 뜨기에
잠자리야. 혼자 방천에 왔는데
친구 되어 줄 수 없니?
강아지풀에라도 앉아다오
날아가는 모습이
처녀의 수줍은 볼처럼 메밀잠자리
그렇게도 대화하기 싫으면
계속 날개 짓 해보렴
날개 짓 계속 하다보면 힘들고
화가 나서 약 오른 고추처럼
온몸이 붉고 붉은 고추잠자리
모래성 방천길에 물잠자리
속 탄 마음 간직하고 왕 버들 잎사귀에
살포시 검은 날개 접으면서
쪽빛 하늘 아래 석류 빛 석양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날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