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교는 80년 전 일제의 압박이 심하던 시절, 민족의 선구자로 태어나 오늘날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명실상부한 지역의 명문고로서 그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당골 모교와 인연을 맺어 졸업한지도 벌써 53년이나 되었습니다. 잠시 그때를 떠오려봅니다. 저는 6.25전쟁 전 재학시절부터 오늘날까지 모교의 역사와 함께 지내온 살아있는 증인인 셈입니다. 중2 때 6.25전쟁이 일어나 골짝으로 떠난 피난살이를 마치고, 수복하여 학교로 돌아오니 성주읍내는 B29가 쏟아 부은 포탄으로 온통 참혹한 잿더미와 함께 시체가 거리마다 나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꿈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폐허에 모든 것이 모자라던 시절, 평소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친구들과 함께 판자로 간이 탁구대를 만들어 당시 ‘똑딱볼’ 탁구를 매일같이 쳤습니다. 실린 사진은 고2 때 성주고등학교 대표선수로 뽑혀 대구에서 열린 도 대항 대회에 출전한 기념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그때만 해도 도내에 상당히 많은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우리 선수단이 값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때 찍은 우승기념 사진을 사진첩에서 발견하고서는 한동안 옛날 생각에 잠겨있었습니다. 꿈과 희망이 넘치고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기백과 용기가 있었던 시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생생하게 지나갔습니다. 뒤에 서있는 선수 네 명은 왼쪽부터 나종용, 박창학, 김상구, 정규성(나), 그리고 앞에 앉은 분은 체육을 담당하셨던 배재도 선생님이십니다. 배재도 선생님은 우리와 연배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선생님으로 우리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시는 친구와 같은 따뜻한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분은 35년 전 향년 35세로 작고하셨습니다. 당시 몰래 담배 피우는 학생들에게 담배 한 개비 얻어 오라는 심부름도 한 적이 있습니다. 때로는 선생님께 “담배 한 개 주이소” 하는 제자도 있었습니다. 철없는 제자들에게도 항상 따뜻함을 잃지 않는 자애로운 분이셨습니다. 왼쪽에서 세 번째인 김상구는 (주)보성 회장으로 지역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한 친구로 몇 년 전에 고인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정말 보고싶고 아쉬운 정이 새로워집니다. 함께 학교를 다닐 때는 물론, 졸업을 하고 나서도 우리는 네 것 내 것이 따로 없는 친한 사이였습니다. 모두 다함께 오래 살았으면 좋으련만 타고난 운명으로 돌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나종옥, 박상학과 정규성은 요즘도 대구 두류 전철역 지하에 설치된 탁구장에서 옛날을 생각하면서 탁구를 간혹 치기도 합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함께 탁구를 치면서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당시 모두들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했고, 내일을 꿈꾸었습니다. 오늘에 최선을 다했고 과거를 존중했습니다. 아쉬운 세월, 당시를 회상하니 그때의 아련한 추억에 만감이 교차하며 주름진 눈가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한 미련에 눈물이 고입니다. 모교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우리 동문들이 한결같이 모교를 사랑하며 잊지 않을 때, 우리 모교는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성주고등학교가 지난 80년의 역사를 발판으로 21세기의 꿈을 품고 세계로 뻗어나갈 것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지나간 세월이 아쉽습니다.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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