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나를 보고 황혼이라 하지만
내 마음 내 정신은 청춘 그대로라오
초저녁별과 달이 아름답지만
저녁노을 석양만은 못하지요
내 인생에 계급장을 과시하면서
술잔을 높이 들어 건배∼건배∼
‘전화통신’을 듀엣으로 불러 요즘 한창 방송가의 화제가 되고 있는 원로가수 남백송 씨 작곡, 복수미 씨 작사, 박노호 씨가 노래한 ‘내 인생의 계급장’ 가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가수 박노호(朴魯鎬) 씨는 금년에 희수(喜壽)를 맞았지만 전혀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노래와 함께 하다보니 다만 세월이 조금 흘렀을 뿐이라고 말한다.
박 씨는 20대 젊은 시절부터 지방 콩쿨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당시 악극단에서 활동하는 친구로부터 가수의 길로 가라고 권유받은 일이 있었지만 완고한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그렇지만 끝내 노래를 외면할 수가 없어서 서울의 각 자치단체에서 설립한 ‘노인종합복지관’을 두루 다니며 봉사활동과 더불어 ‘실버노래자랑’, ‘은빛노래자랑’에서 여러 차례 대상 및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곡‘내 인생의 계급장’에 대한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워 복지관마다 환영은 물론이며 시쳇말로 ‘인기짱’이라고 배석한 친구의 귀띔이다. 박 씨는 요즈음 가는 곳마다 노래를 가르쳐달라는 노인들이 줄을 섰다고 즐거운 비명이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노래의 기본창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보람이며 이제 일상화되었다고 한다.
박 씨의 고향은 황해도 해주다. 해방 이듬해 서울에 정착했다. 목재회사를 다니다 합판대리점을 경영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두 정리했다. 3년 전 원로가수 남백송 선생이 회장으로 있는 ‘백년설기념사업회’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봉사활동과 더불어 민족가수 백년설 선생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백년설 선생과, 선생의 고향인 성주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성주인들이 백년설 선생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선생을 추모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유는 어려운 시기에 활동하며 우리 민족에게 베푼 공로를 생각하고, 또 모두가 인정하는 백년설 선생의 유일한 후계자 남백송 선생이 ‘백년설기념사업회’에 쏟는 정성에 이끌렸다고나 할까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노래하고 열심히 봉사하면서 백년설 선생을 알리는데도 앞장서겠다고 다짐을 한다. 부인 김순례(73) 여사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두었다.
/최종동 서울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