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이 소비자의 최고 선택기준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콩나물 농약사건이 발생하면서 식품위해 사건이 사회문제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집단식중독 사고, 김치의 기생충(란) 검출 등 지역사회에서 소규모 단위로 발생하던 식품위해 사고들이 최근 중국의 멜라민 분유파동이 보여주듯이 개방화 세계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농산물은 과연 안전한가’라는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소비자의 농산물선택 기준이 과거 맛과 품질에서 현재는 안전성을 최고의 선택기준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품관원)에서는 농업과 환경을 조화시켜 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순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확보, 환경보전 및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7년부터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하여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성주지역은 ‘저농약인증’ 위주 성장
품관원 자료에 의하면 친환경농업 육성시책으로 인증농산물이 2006년 112만8천 톤에서 2007년 178만6천 톤으로 늘어났으며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0% 가까이를 점하고 있다. 성주지역의 친환경인증 실태를 살펴보아도 2004년 인증농가 4백여 호, 인증면적400ha에 불과하던 것이 2008년 말에는 인증농가 12백여 호, 인증면적 1,150ha로 불과 몇 년 사이에 세배정도 증가하여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많은 노력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유기농산물이나 무농약농산물은 큰 변화 없이 저농약인증만 성장해왔기 때문에 과연 우리지역의 친환경농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또한 친환경농업인으로서 철학을 가진 농사꾼으로서의 자존심도 그만큼 키워왔는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많이 있다.
친환경농업은 인내와의 싸움, 철학과 고집 없이는 불가능
친환경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본 밭에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제초작업의 경우를 본다면 약통에 제초제 몇 봉지 타서 휘저어 몇 시간 치고 나면 끝날 일을 며칠이고 뙤약볕에서 땀을 흘려야 하고 돌아서면 또 풀이 돋아난다. 품을 들이는 일이야 노력하면 된다지만 자식 같은 농작물이 병해충에라도 걸리면 농부는 가슴이 타 들어간다 농약을 치고 싶은 유혹이 간절해지고 가끔은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해 미등록 농약으로 방제하여 친환경 농산물에서 검출되지 않아야 할 성분이 검출되어 친환경인증이 취소되는 등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농업환경을 들여다보면 농토마다 비옥도가 틀리고 환경조건도 천차만별이다 또한 유기, 자연, 미생물, 효소, EM농업 등 다양한 환경농법이 있고 단체, 개인, 자재 공급자들에 따라 친환경농업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표준화되지 않은 까닭으로 자재는 비싸고 까딱 잘못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웬만한 뚝심을 가지지 않고는 친환경농업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구환경이 나빠질수록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점점 커져 갈 것이다. 이를 취급하는 대형마켓도 농산물 판매장의 중심부에 친환경 농산물만 취급하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친환경농업 정책의 변화(저농약인증 폐지와 GAP 활성화)
이제 정부에서는 친환경농업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저농약인증을 폐지하고 농산물의 생산부터 수확 후 포장단계까지 농약중금속미생물 등 농식품 위해요소를 관리하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 Good Agricultural Practices)로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안전농산물 공급 필요성을 인식하여 Codex, FAO 등 국제기구에서 GAP기준을 마련, 주요국가에서 시행 중에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되는 유기농업을 육성하여 수출기반을 확충하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GAP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GAP에 대한 소비자 및 생산자의 인지도가 낮고 수확 후 관리시설 미비 등의 사유로 저농약인증제도 폐지가 수년간 유예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는 농업인들도 정책변화의 큰 흐름과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읽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불혹을 넘긴 중년의 기억 속에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입을 대어 마시고 원두막 밑에서 금방 딴 과일을 소매에 쓱쓱 문질러 먹었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친환경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객지에서 찾아온 우리의 아들, 딸, 손자, 손녀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내가 지은 농산물을 건네 줄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친환경농업으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이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성주참외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우리지역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