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술집 찻집 어딜 가든 이 이름이 많다
사람이 얼마나 그리운 시대인가를
80년대 운동을 통해 체득한 이들이 붙인 이름이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다
내게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 때문에 내 삶이 아직 헛되지 않다고
시집 후기 어딘가에 적어놓기도 했지만
멀리 붉은 구름 내걸린 가야산 아래
고향으로 아예 보따리 싸서 들어올 때도
나를 놓아주지 않던 사람들도 그들이었다
개발독재의 총검이 빛을 뿜던 시절이나
자본이 뱃속이 아니라 꿈속까지
다 차지해버린 이 황량한 시절에도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이 희망이었다
혹은 인간과 아름다움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기도 했다
그들은 눈 덮인 계곡 바위처럼 웅숭깊고
그 아래 물이 되어 흐르면서 깊어가는
참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내 형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