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곶감이 좋다
달차근한 맛도 좋고
쫄깃쫄깃 씹히는 맛도 맘에 든다
방금 먹은 곶감은
밤톨만한 것이
씨를 여섯 개나 품고 있었지만
그래서 먹을 게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곶감이 좋다
나는 왜 곶감을 좋아할까?
열매들 가운데서도
늙은이 같은 열매라서 그럴까?
곶감을 너무 많이 먹으면
똥이 잘 안 나온다고 한다
그래, 아마도 그래서
나는 곶감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뭐든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은 싫다.
곶감을 좋아하지만
한 번에 두 개, 더는 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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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감꽃을 주워 먹으며 큰 사람에게는 그냥 과일이 아니다. 어린 날과 현재를 한 사람의 내면 속에서 든든하게 이어주는 추억의 나무다. 그래서 감꽃 피는 날, 감홍시가 뚝뚝 흘러 버리는 날은 왠지 슬프고 곶감을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나서 먹고 싶은 지도 모른다. 풀섶을 뒤지며 감꽃이랑 감홍시를 주워 본 기억이 없는 요즘
세대가 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외국 농산물에 길들여진 입맛 탓만은 아닐 것이다.
시인은 곶감 중에서도 작은 곶감을 좋아한다. "달차근하고 쫄깃쫄깃한 맛"을 아끼며 조금씩 먹는 맛도 맛이려니와, 원래 "뭐든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싫어하는 탓일 것이다. 이 말은 많이 먹고 많이 배설하고 쓰레기를 많이 만드는, 오늘날의 대량 소비사회의 삶의 양식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의 표현일 수도 있다. 마침
태풍이 지나간 올 겨울 곶감은 귀하기도겠지만 아껴서 베어먹던 어린 날을 떠올리며 조금씩 먹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