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랑을 나에게 전달해 주는 듯한 진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는 내 머리 속에는 오직 공부하는 일만으로 차있었다. 그때 나는 공부하는 일에 열중하는 편이었다. 방학을 잘 이용하는 학생이 더 크게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방학 때도 연구소나 대학에서 실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공과목이나 어학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나갔다. 걸어 다닐 때는 고개를 푹 숙이고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지났기 때문에 일후에 들은 얘기지만 후배 여학생들은 나에게 ‘찬바람’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대학 3학년 때의 일이다. 이 무렵 교회에서 자주 만나던 S여고 2학년생 K양의 접근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그녀에게 많은 얘기를 들려주면서 특히 지금은 우리가 사랑의 노래를 부를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뜻이 있는 남자라면 사랑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과 따라서 인생의 우선 순위에서 이 문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떨 때는 더 직설적인 표현으로 지금은 우리가 사랑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일러 주기도 하였다. 나는 졸업을 하면 대학원도 가야하고, 군대도 갔다 와야 할 뿐만 아니라 더 큰 목표는 그 후에 미국 유명대학교에 유학을 갔다 와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었다. 짧게는 칠년, 길게는 십년 후에라야 내가 결혼문제를 염두에 떠올릴 수 있다고, 그 긴 세월을 기다릴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K양은 우리대학 법학교수님의 맏딸로서 손아래 5∼6명의 여동생이 있을 뿐 남동생이 없는 가정에서 자란 탓에 오빠 같은 사람이 하나 있었으면 하고 소원하는 것이었다. 그 해 가을 어느 날 밤에 나는 K교수님으로부터 잠깐 관사로 방문해 달라는 전갈을 받았다.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저녁식사로 오래간만에 영양보충을 하였다. 식후에 과일이 나왔고 자기 아버님 옆에 앉아 있던 K양이 나에게 밤을 까서 주는 것이었다. 얼마나 맛이 좋았던지, 일찍 누가 정성스레 까 준 밤을 받아먹어 본 일이 없는 나에게 매우 인상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의 사랑을 나에게 전달해 주는 듯한 진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 장래의 우선 순위가 전공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그 이듬해, 내가 K양으로부터 받았던 모든 선물을 다 돌려주었다. 그와 함께 그동안 쌓아왔던 우리의 사랑을 접자고 통보하였다. 그로부터 7∼8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우리 집사람과 함께 수원캠퍼스의 교수용 관사로 입주한 다음 우리 집사람이 관사촌 사모님들로부터 들은 얘기가 이러하다. 그 K양이 너무 어린 나이에 한교수를 열렬히 사랑하였고, 아마도 밤을 까주던 그 K양이 한교수의 첫사랑이었을 것이라고…. 한교수께서 아름다운 미모의 사모님과 결혼하려고 K양을 물리친 것 같다고…· 다음 호에는 ‘수원에서의 하숙생활’이 이어집니다.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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