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예나 지금이나 추석은 온 국민의 명절이다. 그 역사도 오래거니와 특히 이 날은 우리민족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같이 조상신에게 차례를 지내고 산소까지 찾는 명절이다. 그 추석의 유래와 음식 등 추석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보자.
1. 추석의 유래를 찾아서
추석에 관한 질문 한 가지! 추석을 ‘한가위’ 또는 ‘가위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의 유리왕은 여자들을 둘로 편을 나누어 7월 보름부터 8월 보름까지 매일 뜰에 모여 밤늦도록 베를 짜는 경기를 했다고 한다 물론 한 달 동안 베를 더 많이 짠 쪽이 이기는 것으로, 진 쪽에서는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이긴 편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이 때 노래와 춤을 추며 놀았는데, 이를 ‘가배’라로 불렀고, 가배는 오늘날 한가위의 ‘가위’에 해당한다.
그럼 옛 문헌을 조금 더 찾아볼까?
고려 시대에 나온 노래인 ‘동동’에도 이 날을 가배라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신라에0서 고려까지 그 이름은 계속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가위에 대한 기록은 중국의 ‘수서’, ‘구당서’ 간은 것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신라국에서는 8월 15일을 중요하게 여겨 음악을 베풀고 잔치를 열었으며, 신하들은 활쏘기 대회를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한가위는 수확의 기쁨을 축하하는 우리의 고유한 명절로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 왔다. 따라서 지역별로 풍성하고 다채로운 민속들이 나타난다.
‘동국세시기’에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를 명절 음식으로 꼽았는데, 그 중 송편은 대표적인 추석 음식이다. 전하는 말로는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고 하여, 여성들은 예쁜 손자국을 내며 반달 모양의 송편에 꿀, 밤, 깨, 콩을 넣어 맛있게 쪄냈으며, 이때 솔잎을 깔아 맛으로만 먹은 것이 아니고 향기와 멋도 즐겼다.
‘농가월령가’에도 신도주,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 같은 것을 이때의 음식이라 노래했으며, 송이국, 고지국도 영동 지방에서는 별식으로 먹는다. 이때는 무엇보다 오곡이 풍성하므로 다양한 음식이 계절에 맞게 나온다.
2. 추석 보름달이 더 커 보이는 이유
추석이 되면 정말 옥토끼라도 살고 있을 법한 ‘휘영청 밝은 달’을 볼 수 있다. 물론 달의 원래 크기가 계절에 따라 바뀌지는 않지만 추석 때의 보름달은 다른 때보다 유난히 크고 밝다. 그 이유는 뭘까? 원인은 바로 계절에 따른 달의 위치와 빛의 산란 때문이다.
달의 모습이 초생달에서 보름달로 변하는 것은 태양과 지구, 달의 위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달은 일정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데, 이를 ‘백도’라고 하며, 태양이 움직이는 궤도를 ‘황도’라고 한다. 백도와 황도는 5°9′만큼밖에 차이가 자니 않아 거의 같은 궤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양의 궤도와 지구의 적도를 연장한 하늘의 적도는 23.5°만큼 기울어져 있다.
추석 때인 가을철의 태양은 추분점에 놓이고, 달은 그 반대인 춘분점에 위치한다. 이때는 하늘의 적도보다 약간 높은 곳에 뜬다. 그러나 겨울이나 여름에는 달의 위치가 기울기인 23.5°만큼 높거나 낮아진다. 달이 높이 너무 높이 뜨면 작고 푸르스름해 보이고, 너무 낮게 뜨면 관찰하기 어려우므로 추석이 있는 가을철의 달이 크고 선명하게 잘 관측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빛의 산란 역시 달을 크게 보이게 하는 데 한몫을 한다. 지구는 대기층으로 덮여 있는데 달빛은 이 대기층을 통과하면서 산란 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대기층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산란으로 인해 크기가 더 커 보이는데, 달의 위치가 낮으면 달빛은 조금 더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하게 된다. 그래서 계절에 따라서는 여름철의 달이 가장 낮게 뜨기 때문에 가장 크게 보인다. 하지만 달의 위치가 너무 낮아서 관찰이 어려우므로 적당한 높이에 떠 있는 가을철의 달이 크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3. (과학이 담긴) 추석 놀이
추석은 날씨가 따뜻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고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때이기에 마음이 유쾌하고 한가해서 여러 놀이를 한다. 사람들이 모여 농악을 치고 노래와 춤이 어울리게 된다.
추석의 민속놀이 중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바로 ‘강강술래’이다. 추석날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달이 솟을 무렵 부녀자들이 넓은 마당이나 잔디밭에 모여 손과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뛰고 춤춘다. 노래는 처음에는 느리게 부르다가 차츰 빨라져 나중에는 마구 뛰게 된다.
강강술래는 원을 그리면서 도는 것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 놀이를 함께 한다. 손을 잡고 일렬로 서서 맨 밑으로 꿰어 가는 고사리 꺾기, 한 덩어리로 뭉치게 되는 덕석몰이, 춤추는 중앙에 두세 사람이 뛰어 들어가 춤을 추는 남생이 놀이와 같은 것이 있다.
강강술래는 그 유래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은 없으나 옛날 제천 행사에서 손을 맞잡고 뛰어 놀던 단순한 형태가 발전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강강술래에서는 간단하지만 재미있는 원리를 하나 배울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달빛 아래에서 손을 잡고 빠르게 원을 돌거나 움직이면 멀리서 보았을 때 함께 돌거나 움직이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착시로 눈에 잔상이 남기 마련이다. 그래서 임진왜란 데 이순신 장군은 이 강강술래를 의병술로 써서 적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추석의 대표적인 놀이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씨름과 줄다리기도 있다. 시름은 두 사람이 샅바를 매고 서로 맞잡아 넘어뜨리는 놀이로 무게중심과 지레의 원리가 적용된다.
샅바의 위치는 무게중심의 약간 아래쪽인데, 균형을 잃게 되면 무게중심 쪽으로 넘어지게 되어 있다.
또, 씨름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사용되는데,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것은 자신의 발이나 팔을 받침점으로 사용하여 상대를 넘어뜨리게 된다. 이때 힘을 가하는 자신의 몸은 힘점으로 작용한다.
줄다리기에는 여러 사람의 힘을 합쳐서 서로 겨루는 놀이로, 힘의 원리가 적용된다.
여러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힘을 주어 당기면 그 힘은 점점 커지게 된다. 하지만 밀거나 당기면서 상대의 힘을 분산시키면 힘은 작아져 힘이 센 방향으로 끌려가게 되어 있다. 줄다리기는 놀이로써의 의미뿐만 아니라 어 쪽이 이기느냐에 따라 그 해의 농사를 점치는 민속 신앙적인 의미도 있다.
그밖에도 추석에는 가마싸움, 원놀이, 닭싸움, 소싸움, 거북놀이와 같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농사로 지쳤던 몸을 즐겁게 풀기도 한다.
4. 먹을거리 풍성한 명절, `한가위`의 음식들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라는 우리나라의 옛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석은 먹거리가 풍부한 명절이다. 조상들이 오죽하면 일년 내내 한가위만 같아라고 외우고 다녔겠는가? 그렇지만, 하도 먹을 것이 많은 탓인지 한가위를 대표하는 음식을 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로 나온 것은 모두 다 한가위 음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려 송편
올벼로 찧은 오려쌀로 만들어서 오려 송편이라고 한다. 쌀가루에 쑥, 송기, 치자로 맛과 색을 달리하여 끓는 물로 익반죽하여 오래도록 치대어 마르지 않게 젖은 보자기로 덮어 둔다. 송편소로 거피 팥, 햇녹두, 청대콩, 꿀이나 설탕과 소금으로 맛을 낸 깨 등이 있다. 송편 반죽을 밤톨 만하게 떼어 가운데 우묵하게 우물을 파서 소를 넣고 빚는다.
시루에 솔잎을 송편 사이사이에 두어 쪄낸다. 모양은 지방마다 달라 북쪽은 대체로 크고, 서울은 작게 빚는다. 조개 모양 또는 손자국을 내서 창해도, 강원도 지방은 소박하게 빚는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쑥 대신 모시잎을 뜯어 삶아 섞는다. 쌀 대신 감자 녹말, 고구마녹말로 빚기도 한다 송편을 쪄 내어 찬물에 재빨리 넣었다가 건져 참기름을 바르는데 오래 두었다 먹거나 멀리 가져갈 것은 물에 씻지 말고, 솔잎이 붙은 채 바구니에 담아둔다. 정초에 절편이나 흰떡을 하듯이 친 떡으로 송편을 빚으면 맛나다.
●토란탕
토란은 추석 절부터 나오기 시작하며 흙 속의 알이라 하여 토란(土卵)이라 하고, 연잎같이 잎이 퍼졌다 하여 토련(土蓮)이라 한다. 토란은 전분이 대부분이고 미끈거리기 때문에 조리할 때는 꼭 소금물이나 뜨물에 삶아 쓴다. 토란은 토란탕, 산적, 찜, 조림, 구이, 장아찌, 엿 등을 해먹는다. 토란탕은 국거리로 양지머리나 사태를 푹 곤다. 곱창과 양을 합하여 곰국을 끓여도 좋다. 흠씬 무른 고기를 절어 양념하여 넣고 무, 삶은 토란, 다시마를 넣어 폭 끓여 낸다. 산적이나 구이 등을 할 때는 갸름한 모양을 택한다.
●닭찜
햇닭이 살이 올라 제일 맛이 있을 계절이므로, 채소를 합하여 찜을 하든가 북어와 다시마를 넣고 갖은 양념하여 찜을 하면 구수하다. 토막낸 닭에 칼집을 넣어 양념 간장과 생강, 고추 등을 넣어서 간이 어느 정도 배면 닭을 번철에 넣고 누릇이 지져 낸다. 이때 지져서 기름을 빼면 닭 특유의 냄새도 없이 매우 맛있다. 다 되면 계란 채 썬 것으로 고명을 얹어 낸다.
●배숙
배수정과라 하여 곶감 대신 배를 넣은 것인데 예전에는 작고 단단한 문배를 사용하였다. 배를 통째로 삶아 꿀물이나 설탕물에 담근 것을 말한다. 생강을 편으로 썰어, 알맞은 매운 맛의 생강물을 만들어 둔다. 배는 여섯 쪽 또는 다시 반 나누어 삼각형으로 하여 가도련한 다음 속을 빼내고 등쪽에 통후추를 깊이 박는다. 생강물에 설탕으로 단맛을 내고, 배를 넣어 말갛게 익혀서 차게 식혀 그릇에 담고 잣을 띄운다. 익힌 배라 하여 이숙(梨熟)이라 한다.
●햇밤
햇밤을 푹 삶아서 반으로 갈라 작은 숟가락으로 파내어 체에 쳐서 밤고물을 만든다. 여기에 꿀과 계핏가루를 넣어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으면 밤다식이고, 밤 모양으로 빚으면 율란이 된다 밤을 설탕물에 넣어 졸이다가 꿀로 볶아 내면 밤초가 된다. 잣가루를 묻혀 낸다. 차례상에는 좋은 밤만 골라 속껍질까지 예쁘게 생률을 쳐서 돌려 담아 올린다.
●버섯 요리
8월에는 가지각색의 버섯이 나는 철로 옛날에는 첫째가 표고, 둘째가 송이, 셋째가 능이, 넷째가 느타리, 다섯째가 석이, 여섯째가 목이라 하였다. 그 밖의 것은 잡 버섯(싸리버섯, 밤버섯 등)이라 하고 못 먹는 것은 독버섯이라 했는데 표고가 흔치 않아 제일로 쳤다. 송이버섯은 원래 공기가 맑은 산중에서도 소나무나 잣나무 밑에서 자라 그 향과 모양이 고상하다. 조선시대 때는 남산에서 자란 것을 최고로 쳤고, 한때는 양주 망월사의 것을 최고로 쳤다. 송이로 맛나게 음식을 하려면, 양념을 되도록 적게 하고 슬쩍 익혀야 송이 특유의 향을 즐길 수 있다.
●화양적
꼬치에 갖은 재료를 꿰어서 화려하고, 영양 면에서 치우침이 없는 별식이다. 만드는 법은 쇠고기 산적에 통도라지, 당근, 표고, 오이, 달걀을 양념하여 볶고, 익혀서 길이를 5,6센티미터, 폭을 1센티 미 터 정도로 하여 꼬치에 색색이 꿴다. 각각을 익혀서 꽃은 것이니 접시에 둥글게 색동으로 돌려 담는다. 접시 가운데 비는 곳에는 간장에 졸여 녹말로 갈쭉하게 한 홍합초를 담는다. 화양적의 맛이 조금 담백하니 잣가루에 참기름, 소금, 후추로 잣집을 만들어 얹어 낸다. 또는 밀가루, 달걀을 씌워 지져 내면 누름적이 된다. 추석은 백로, 추분의 절기이니 채소를 갈무리하여 호박 오가리, 박오가리, 가지 오가리를 한다. 농가에서는 수수 이삭을 따고 황률도 말리고 물고추도 따서 말리고, 참깨, 들깨도 털고, 박은 켠 뒤 바가지를 만든다.
또한 산에 가서 머루, 다래도 따서 오니 농가에서는 수확의 재미가 큰 반면에 바쁘기 이를 데 없다. 그 밖에 8월 음식으로 무와 호박을 섞어 시루떡을 해먹고, 또 찹쌀가루를 쪄서 쳐서 알맞게 잘라서 깨나 콩가루를 입혀 인절미를 만든다. 진 찹쌀가루를 밤알 크기로 떼어 삶은 밤고물을 묻혀 밤단자 또는 대추 다진 것을 찹쌀가루에 섞어서 고물로는 밤, 대추, 석이채 합한 것을 묻혀서 대추 단자를 만든다. 또 같은 방법으로 토란 단자도 한다. 단자는 찹쌀에 물을 많이 주면 맛이 적어지나, 빨리 굳지는 않는다. 꿀을 손에 바르고 떼어야 잘 떼어지고 맛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