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쓰는 어휘 하나라도 우리의 상상을 여러 가지로 자극 하는 커다란 상징성을 가진 것이 있다. 그 좋은 예가 용(龍)이란 낱말이다. 이렇게 한 낱말이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상징성을 띠는 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 낱말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다양한 의미를 가진 낱말에는 우리들의 삶과 문화가 녹아서 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상징성을 가진 용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민속(民俗)과 풍속(風俗) 이해에 도움이 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하여 오는 구전의 이야기인 설화문학(說話文學)은 물론 나아가 고전소설 및 고전문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러한 용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역사책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를 비롯한 많은 책들에 실려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삼국사기에 나타난 용1)을 보면 고구려(高句麗)조에 &#039;동명왕 삼년 춘삼월에 골령( 嶺)에 황룡이 나타났다&#039;는 기록에서 시작하여 백제조에 5건이 나타나고, 신라조(新羅條)에는 &#039;혁거세왕 5년 춘정월 알영정(閼英井)에서 용이 우측 겨드랑이에서 여아(女兒)2)를 탄생시켰다 &#039;라는 기록을 포함하여 13건이나 된다. 삼국사기에 나타난 용의 기록을 검토해 보면 출현 시기는 봄에서부 터 가을까지이고 겨울에는 출현하지 않았으며, 출현 장소는 강, 우물(井), 못(池), 나루(津)등 물과 관계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출현 장소가 특이한 것은 앞에서 예를 든 유리왕 5년에 골령( 嶺) 즉 고갯마루, 비유왕(毗有王) 29년에 한산(漢山), 경덕왕 23년의 양산 아래(陽山下)와, 고이왕(古 王) 5년에 왕궁 문의 기둥에서 날아 나왔다는 것 등이다. 용의 빛깔은 황룡(黃龍)이 3건3), 흑룡(黑龍)이 3건4)이다. 나타난 시기와 장소로 미루어 보면 용이 전통적으로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의 의미와 상통한다. 비가 오는 것은 봄부터 가을까지가 일반적이며 겨울에는 용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없는데 이는 겨울은 눈이 오거나 농한기이기 때문에 비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계절이다. 용이 나타난 장소도 강, 우물, 못 등으로 물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 고 있다. 용은 물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뿐 아니라 인간의 생명수인 물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농경사회에서 비는 농사의 흉풍(凶豊)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비를 관장하는 용을 특히 숭상하여 동물 중에서 가장 신성한 동물(四靈獸의 으뜸)로 여겼다. 가뭄으로 곡식이 타들어가면 비를 내리도록 용신이나 하늘에 비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사기에 용에게 기우(祈雨)하는 기록은 3회에 걸쳐 기록되어 있다. 삼국사기에 나타난 용의 명칭에는 황룡(黃龍)과 흑룡(黑龍)의 두가지 종류가 보이는데 이것은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빛깔에 의한 명칭에 불과하다. 흑룡(黑龍)이 출현한 경우는 백제조에 세 번 기록되어 있는데 비류왕 13년에 궁성의 우물에 흑룡이 나타났는데 나타나기 이전부터 한재(旱災)가 들었다고 하며, 비유왕(毗有王) 29년에 흑룡이 나타나 고는 왕이 죽었다고 하며, 문주왕 3년에 흑룡이 나타났을 때는 내신좌평(內臣佐平) 곤지(昆支)가 죽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보면 흑룡의 출현을 불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를 보이거나, 불길한 일이 발생했을 때 출현하는 용임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삼국사기의 용에 대한 이야기의 태도를 보면 특히한 점이 있다. 용은 실제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사기(史記)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확신적 어조로 용의 출현을 소개하고 있다. &#039;어떤이가 말 하기를(或云)&#039;, &#039;일설에 의하면(一云, 一說)&#039;, &#039;아무개가 말하기를(某某曰)&#039; 등의 객관적 유보적 진술은 없고, &#039;5년 봄 정월, 용이 알영 우물에 나타나서 오른 쪽 옆구리로 여자아이를 낳았다.(五年, 春正月, 龍見於, 右脇誕生女兒. -혁거세왕 5년조-)&#039;에나 &#039;3년 봄 3월, 황룡이 골령에 나타났다. (三年, 春三月, 黃龍見於< 골嶺>-동명왕 3년조-)&#039; 등에서 보듯이 자신이 확인한 사실을 기술하듯 확신적이고 단정적 어조로 기술하고 있다. 이것은 김부식이 사기(史記)를 편찬할 당시에도 용의 존재를 믿고 있었음을 반증하며 그 존재를 전혀 의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사기(史記)의 이런 기술 태도는 당시에는 용이 물을 주 재하는 신령스런 영물로 실제에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음 을 보여주고 있다. 脚註 1) 삼국사기의 용의 기록은 고구려 동명왕 3년조와 백제 기루왕 21, 고이왕 5, 비류왕(比流王) 13, 비유왕(毗有王) 29, 문주왕 3년조 등에 있으며, 신라조에는 혁거세왕 5, 혁거세왕 60, 유리왕 33, 아달라왕 11, 점해왕 7, 미추왕 1, 자비왕 4, 소지왕 12, 소지왕 22, 법흥왕 3, 진흥왕 14, 경덕왕 23, 경문왕 15년조 등에 나타난다. 2) 이곳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훗날 박혁거세왕의 왕비인 알령 부인 이다. 3) 동명왕, 고이왕, 진흥왕때 출현한 용이 황룡이다. 4) 모두 백제조에 있는데, 비류왕(比流王), 비유왕(毗有王), 문주왕 때 출현한 것이 흑룡이다. -------------- 성산인 裵桂溶 ----------
최종편집:2025-05-15 오후 05: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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