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의 이면에 가냘프고 빨리 스러져 버리는 꽃의 가련함이 함께 해서 일까요? 꽃에는 늘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이 함께 한답니다. 재미있는 꽃에 얽힌 이야기도 찾아보면서 주변의 꽃들에 더욱 관심을 가져보고 식물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가져보도록 합시다.
■ 찔레꽃 전설
어느 산골에 ‘찔레’와 ‘달래’라는 두 자매가 병든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고려가 원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하여 지배를 받고 있을 때 였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고려의 처녀들을 원나라에 조공으로 받쳤었습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오랑캐 나라에 부모 형제 그냥 두고 어느 처녀가 끌려가려 하겠습니까?
그래서 조정에서는 `결혼도감`이라는 관청을 만들어서 강제로 고려의 처녀들을 징집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찔래와 달래에게도 불운이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약초를 캐러 간 두 자매는 관원에 발견되어 공녀로 끌려갈 형편이 되었답니다.
그때 찔레가 아픈 아버지가 계시니까 자기 혼자만 공녀로 가게 해달라고 사정을 해서 관원들도 감동을 하여 달래는 풀어주고 찔레만 데리고 갔답니다. 원나라로 공녀로 끌려간 찔레는 다행히 원나라에서 좋은 주인을 만나서 호의호식하며 패물이 넘치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찔레는 오직 아버지와 동생 생각뿐 이었습니다.
날마다 동생과 함께 올라갔던 뒷동산을 그리워하고 그리워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과 동생 달래 생각에 찔레는 몸도 마음도 점점 쇠약해졌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보던 주인은 찔레가 죽을 것 같아서 고심 끝에 찔레를 고향으로 돌려보냈답니다. 몸을 추스려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찔레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이 무너지고 없어진 것을 보게 됩니다.
찔레는 울부짖으며 아버지와 달래를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찔레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옆집 할머니가 나타나서 찔레가 원나라로 붙들려 간 이후 아버지가 감나무에 목을 매어 돌아가셨고, 달래는 아버지가 죽은 후 정신없이 뛰쳐나간 후 소식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날부터 찔레는 산과 들을 달래를 찾아서 헤매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눈이 내리는 날 찔레는 지쳐 쓰러져 서러움과 원한을 가슴에 안고 죽고 말았답니다. 찔레가 죽은 몸 위에는 하얗게 눈이 내려 소복히 쌓였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자 찔레가 죽은 자리에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찔레의 고운 마음은 눈처럼 새하얀 꽃이 되었고 찔레의 원한 맺힌 서러운 마음은 빨간 열매가 되었답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 꽃을 ‘찔레꽃’이라 불렀습니다.
■ 장미꽃 전설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아버지가 없는 아름다운 어린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녀가 살고 있는 집 주위에는 가시나무가 많았는데, 가시나무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소녀가 아버지를 찾겠다고 할 때 마다 자기를 버리고 떠난 남편이 미워서 소녀의 어머니가 집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랍니다.
소녀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와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소녀는 어머니가 얼른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의 어머니는 병명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소녀는 자기가 어머니를 많이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양지 바른 곳에 자기 어머니의 무덤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그 시골마을에는 오래 전부터 평소에 죽은 사람이 아끼던 꽃을 무덤가에 놓아야 그 사람이 나중에 다시 꽃으로 태어난다는 믿음의 풍습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소녀는 어머니가 평소에 아끼던 것이 가시나무였기에 어머니가 가시나무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었습니다. 가시나무는 꽃이 없기 때문에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기원을 했습니다. "가시나무야 내 몸을 파고 지나가 나의 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렴." 그 순간 가시나무는 소녀의 몸을 파고 지나갔고 소녀의 새빨간 피가 붉은 장미꽃을 피웠다는 슬픈 사랑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그래서 장미꽃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 등나무 꽃
신라시대 어느 마을에 아름다운 두 낭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친 자매와 다름없이 사이가 좋았고 다정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같은 마을에 사는 한 총각(화랑)을 둘이서 같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사실을 서로가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총각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사실을 서로가 알게 되었답니다. 그렇지만, 이들 두 낭자는 서로 시기하지 않고 예전과 같이 자매처럼 그렇게 다정하게 그 총각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얼마 후 전쟁터에 나간 총각이 전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만 두 처녀는 연못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습니다. 두 처녀가 죽은 자리에는 두 그루의 등나무가 자라기 시작 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총각이 늠름하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두 낭자가 자기를 기다리다가 자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연못에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접한 총각 또한 연못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습니다. 총각이 죽은 자리에 언제부터인가 팽나무가 자랐고 두 그루의 등나무는 팽나무를 감고 올라가며 자라났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은 서로 같은 사람을 사랑했음에도 시기하고 미워하지 않았던 두 처녀의 마음처럼 팽나무를 함께 감싸 안고 사이좋게 자라나는 등나무와 두 처녀의 마음과 같은 은은한 꽃향을 매우 아꼈다고 합니다.
■ 튤립
아주 먼 옛날이었습니다. 어떤 평화로운 마을에 예쁜 소녀가 살고 있었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고 있던 소녀는 세상의 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아리따운 소녀에게 세 명의 젊은이로부터 청혼이 들어왔습니다.
한 사람은 이 나라의 왕자였고, 또 한 사람은 용감한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돈 많은 상인의 아들이었답니다. 이들은 소녀에게 청혼을 하면서 왕자님은 `만일 당신이 나와 결혼을 해 준다면 나의 왕관을 그대의 머리에 얹어 드리겠습니다. 기사님은 `당신이 만일 나와 결혼을 해 준다면 대대로 내려오는 좋은 칼을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 돈 많은 상인의 아들은 `당신이 나와 결혼을 해 준다면 내 금고 속에 가득한 황금을 전부 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했답니다. 아직 결혼이 무엇인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소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을 했답니다. `나는 아무것도 원치 않아요.
하지만 당신들은 모두 너무나 좋은 분들이랍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세 젊은이들은 서로가 이 아름다운 소녀와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소녀가 어떠한 대답을 할 처지가 되었지만 세 젊은이가 너무나 좋은 나머지, 그리고 세 젊은이들이 실망하는 것이 싫어서 소녀는 끝끝내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세 젊은이들은 그만 아리따운 소녀에게 욕설을 퍼붓고 떠나 버렸지요. 그래서 소녀는 너무나 슬펐습니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세 젊은이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답니다. 그래서 소녀는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답니다.
세 젊은이들은 소녀가 자기들 때문에 병이 들어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또한 소녀의 고운 마음씨를 이해한 젊은이들은 자기들의 무례함을 뉘우치고 소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소녀의 넋을 위로해 주려는 마음에서 이 소녀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꽃의 여신 `플로라`는 아리따운 소녀의 넋을 튤립으로 피어나게 했답니다. 그래서 꽃송이는 왕자의 왕관을 닮았고, 잎은 기사의 칼을 닮았으며, 구근(알뿌리)은 부자 아들의 황금을 닮은 꽃으로 피어나게 되었습니다.
■ 개나리
노란 개나리꽃에는 다른 꽃들처럼 슬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옛날 인도의 어느 나라에 예쁜 공주가 살았는데 이 공주님은 새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아름다운 새들을 모아서 키우며 새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주에게 희귀하고 아름다운 새를 바치는 사람이 높은 관직을 얻기까지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라의 관리들은 백성을 보살피는 데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어떻게 예쁜 새를 구해서 출세를 할 것인가만 생각을 했답니다. 나라의 관리들이 이러한데 나라가 잘 될 일이 있겠습니까? 나라 살림은 말이 아니고 백성들은 굶주림에 허덕였답니다.
이런 공주에게는 금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새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공주는 ‘이 아름다운 새장에 걸맞은 아름다운 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새들은 다 날려줄 텐데...’하고 늘 생각을 했습니다. 출세에만 눈이 어두운 관리들은 공주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새장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새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아름다운 새를 한 마리 들고 와서 공주에게 바쳤고, 공주는 노인이 가지고 온 새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 새를 금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새장 속에 넣고는 다른 새들은 모두 날려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새를 가지고 온 노인에게 금은보화를 듬뿍 주었답니다.
며칠이 지나자 새는 점점 색깔이 변하고 보기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울음소리 또한 듣기 싫은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공주는 목욕을 시키면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그 새를 목욕 시켰더니 아름다운 색은 모두 씻겨 나가고만 새는 검은색의 흉칙한 까마귀였습니다.
노인은 까마귀에 아름다운 물감으로 채색을 하여 공주에게 바친 것입니다. 속은 것을 안 공주는 화병을 앓다가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새를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한 죽은 공주의 넋은 가지를 뻗어 금빛 장식이 달린 새장과 닮은 노란 개나리꽃으로 피어났습니다. 다닥 다닥 눈이 어지럽게 피었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와르르 져 버리는 것 또한 화려한 인도 공주의 성격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 며느리밥풀 꽃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착한 아들과 어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항상 귀여워했으며 아들 또한 효성이 지극하여 어머니의 말씀을 잘 따랐습니다. 어느덧 아들이 커서 장가를 가게 되었고 한 처녀가 이 집의 며느리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며느리의 효성이 어찌나 지극하였던지 아들보다도 더한 것이었습니다.
신방을 꾸민지 며칠 만에 신랑은 먼 산 너머 마을로 머슴살이를 떠나게 되어 집에는 착한 며느리와 시어머니만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먼 곳으로 머슴살이를 보낸 뒤부터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못살게 굴기 시작하였습니다. 며느리가 빨래터에 가서 빨래를 해 오면 그동안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다 왔느냐고 다그치고, 깨끗이 빨아 온 빨래를 더럽다고 마당에다 내동댕이치고 발로 밟아 버리면서 며느리를 구박하였습니다.
그러나 착한 며느리는 한마디의 군소리도 하지 않고 시어머니가 호통을 치면 치는 대로 용서를 빌고 다시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멀리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는 아들은 이런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가을까지 열심히 일을 한 뒤 품삮을 받아 어머니와 색시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손꼽으며 그날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밥을 짓기 위해 쌀을 솥에 넣고 불을 지폈습니다. 그리고 밥이 다 되어 갈 무렵에 뜸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솥뚜껑을 열고 밥알을 몇 개 입에 물어 씹어 보았습니다. 방에 있던 시어머니는 솥뚜껑 소리를 듣고 이때다 싶어 몽둥이를 들고 부엌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어른이 먹기도 전에 먼저 밥을 먹느냐며 다짜고짜 며느리를 마구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며느리는 밥알을 입에 문 채 급기야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불을 때서 밥을 짓던 시절에는 솥에서 가끔 밥알을 꺼내어 씹어 보는 일이 예사였음에도 시어머니가 공연히 생트집을 잡은 것이었습니다. 며느리는 며칠 동안 앓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아들은 단숨에 달려와 통곡하고 색시를 불쌍히 여겨 마을 앞 솔밭이 우거진 길가에 고이 묻어 주었습니다. 얼마 후, 이 며느리의 무덤가에서는 이름 모를 풀들이 많이 자라났는데 여름이 되자 하얀 밥알을 입에 물고 있는 듯한 꽃이 피었습니다. 그곳에 피는 꽃들은 모두 한결 같았습니다. 사람틀은 착한 며느리가 밥알을 씹어 보다 죽었기 때문에 그 넋이 한이 되어 무덤가에 꽃으로 피어난 것이라 여겼습니다. 꽃도 며느리의 입술처럼 붉은 데다 마치 하얀 밥알을 물고 있는 듯 한 모습이었으므로 이때부터 이 꽃을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참고: http://www.flower-lover.pe.kr/ 꽃사랑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