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보낸 엽서 2003년 9월은 정말 '잔인한 달(the cruellest month)'이었다. 아직도 상 처가 깊어 시련은 다 끝나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면 이기지 못할 고통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태풍의 상처를 수습하고 결실의 가을을 맞을 채비 를 분주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재(人災)라고 누가 잘못했느니, 누가 있어야할 자리에 있지 못했느니 시비가 분분하기도 하다. 사람이 잘못하여 가져온 인재(人災)는 시시비비를 따져서 뒷날을 경계 하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엄청난 자연의 위력 앞에 누구도 손쓸 수 없었던 재앙을 두고 시비곡직(是非曲直) 가리기를 넘어서 소모적인 남의 탓하기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마음을 추스리고 몸 을 추스려 재난을 당한 이들을 돕고 위로해야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태풍 매미의 피해 복구를 위해 당사자는 물론 정부기관의 주도로 열심히 노력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고 이제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우리는 자연이 너무나 무서움을 보았다. 노자는 '천지는 어질지 못하여 만물을 지푸라기로 만든 인형처럼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라고 하였다. 노한 자연 앞에 인간이란 정말 보잘 것 없는 장난감 같은 존재 임을 지난 태풍은 보여주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용돌이 치고 이제 일상 을 돌려주었다. 넓은 들판에는 그 지리한 장마와 태풍에 녹아버리고 없을 것 같던 벼 들이 익어서 고개 숙이고 황금빛을 자랑한다. 통째로 뽑아버릴 것 같은 태풍에 눈만 감으면 그대로 지푸라기로 날아가버릴 벼들이 모진 비바람 에 휘둘리고 부대끼면서도 시련을 이겨내고 10월의 들판에 황금빛 그림 을 그릴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가 그 답이 될까. 9월은 엽서 한 장 던져주고 뒷태를 보이며 멀어져 간다. 북우욱 하고 찢어지는 달력은 10월의 일상을 온몸으로 상기시키는 신호음을 타전한다. 이제 남은 날보다 지나온 날들이 많다. 되돌아보거라. 태풍이 할킨 상처를 꿰매지 못하고 먼길을 나서지 않는지. 돌이키지 못할 후회를 길이 남길 일이 없는지. 인생은 저문 하늘의 달처럼 구름강 헤치고 서쪽으로 노를 저어서 바람 실은 물살이 밀지 않아도 그렇게 흘러가느니라. 여미지 못한 옷섶이 있으면 매무새 가다듬고 방문을 나서거라. 애틋한 추억이 그립거든 늦었다 말고 지금이라도 사랑을 나누고 볼 일이다. 시월에는 불타는 선홍빛 단풍 몇 잎 갈피에 꼭 껴안고 가야 한다. 그 타는 불로 찾아올 겨울이 추워도 손 녹이며 갈 것이다. 약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벼들이 모진 태풍을 이기고 결실의 가을을 맞 이한다. 그것은 벼 한포기 한포기가 서로의 어깨를 곁고 뿌리를 뒤엉켜 버틴 결과이리라. 그래서 시련을 이긴 벼들이 대견하고 위대하게 느껴진 다. 10월은 한해의 끝자락 초입(初入)이다. 한해를 되돌아 보고 인생을 되 돌아 보아라. 나의 존재를 가능케 했던 것이 사랑이란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련을 이긴 벼들 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 함 께 척박하지만 이 땅에 뿌리를 박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이끌어주고 밀 어주며 살아왔다. 사랑은 따뜻하고 불타며 그 빛깔은 붉다. 한해를 마감 하고 인생을 되돌아 보아야 하는 시기에 아직도 사랑이 부족하다면 그 삶은 따스함이 없고 붉은 정열이 없어 고독하다. 지금이라도 늦었다고 주저앉지 말고 사랑해야 하리라. 그래야 겨울로 가는 이 계절에 추위를 이길 불꽃을 예비할 수 있을 것이다. 에 오버랩 되어 내고향 운포의 참나무 실한 단풍이 떠오른다. 그 아래 고향집는 가을걷이와 내년의 참외 농사 준비에 여념 이 없을 형님 내외분의 선한 얼굴이 보인다.
최종편집:2025-05-15 오후 05: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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