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기지인 우주센터가 준공되었다. 그 첫 발사체인 나로호가 몇 번의 연기 끝에 오는 19일로 확정하여 발사 카운트다운만 남겨놓고 있다. 국력의 상징인 우주개발사업은 온 국민의 긍지와 자부를 갖고 장도(壯途)를 축하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웬일인지 마음이 가볍고 기쁘지만은 않음을 숨길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사적인 첫 우주발사체의 이름을 지명을 딸 것이 아니라 ‘최무선1호’가 되지 않은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열곤 전 서울시 교육감의 나로1호를 최무선1호로 하자는 긴급제언이 있고부터 이다. 최 전 교육감이 관계청에 나로호로 명명하게 된 경위를 문의했더니 공모의 절차를 거쳤다고 했으며 이제는 변경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다. 참으로 유감스럽다. 최무선1호로 해야 하는 이유는 많이 있다. 화약발명은 물론 개발한 무기가 20여종이 넘을 뿐만 아니라 특히 로켓 원리의 원조라고 할 주화(走火) 신기전(神機箭)이야말로 그것도 과학기술 불모의 시대인 600여년 전에 창안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선1호로 할 당위성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당시 제작된 신기전은 지금 남아있지 않지만 복원이 가능할 정도의 설계 기록은 국조오례서례의 ‘병기도설’에 남아있다고 한다. 15세기 이전으로서는 세계 최초라 한다. 더구나 설계 기법이 현대식 기법과 똑같고 길이 단위가 0.3㎜인 리(釐)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 경탄할 만 하다고 했다. 또 2008년 9월에는 신기전을 복원하여 시험발사도 했는데 그 성능이 당대에는 최대의 로켓 무기였을 것이라 했다. 이런 분명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공모에 붙였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주요 국책사업에서 국민 공감대와 총의를 모은다는 뜻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화약발명으로 시작하여 무기개발에 관한 한 최무선이 제일 먼저 떠올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임진왜란의 전승도 화약 발명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이는 나만의 소견은 아닐 것이다. 물론 중국의 제갈량, 영국 넬슨을 압도하는 위대한 인물 이순신 장군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임진왜란 200여년 전의 화약발명도 응분의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새삼스레 최무선 장군의 애민호국의 정신 그리고 우리나라 국가 안위와 과학사에 남긴 큰 업적을 다시 언급할 것은 없다. 다만 서양보다 600년이나 앞선, 세계 두 번째 화약발명이라는 사실은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조선 개국공신 권근(權近)이 최무선 장군을 극찬하는 시문도 있다. ‘…공의 업적은 만세에 전해지고… ※능연각(凌煙閣)에 초상화 걸려 공경 가운데 으뜸일세’라고 노래했으니 이는 장군의 위업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하고도 남는다. (※능연각 : 당나라때 공신들의 초상을 그려 넣어두던 집) 참으로 애석하다. 우리는 과거 문무의 차별이 극심한 때가 있었다. 그 때문인지 수많은 선현 위인들이 있지만 유독 무인의 홀대현상이 있어왔던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최무선 장군은 조선이 개국될 때 그들 일파에게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려사절요, 명신록 등에서도 빠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에 와서 발간한 여말충의열전에도 최무선 장군의 이름은 없다. 다음 두 사실(史實)은 무인 홀대의 단적인 예이다. 조선 태종 때 대제학 정이오(鄭以吾)가 쓴 군기시 화약고기(火藥庫記)에서, 옛날에는 나라에 공로가 있으면 사당을 세워 향사를 했는데 공로가 이렇게 큰 위훈이니 향사하라고 상소해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 또 세조 때 대제학 양성지(梁誠之)는 장군의 업적과 문익점의 공로를 칭송하여 고향에 사우를 지어 춘추로 고을 원에게 제향할 것을 건의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나로1호’가 ‘무선1호’로 될 당위성이 분명 있었지만 아무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은 것인지 참으로 애석하기 짝이 없다. 나라에는 이른바 원로도 있어야 하고 구안지사(具眼之士)도 있어야 한다. 무선1호로의 개명 긴급 제언이야말로 구안지사가 할 일임에 다름 아니리라. 이런 제언을 받아들여야 할 결정적 이유는 또 있다. 핵무기까지 보유한 북한이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무선호’를 쓰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혜안은 언제 어디서나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1995년에는 이달의 문화인물로도 지정되었고 이미 최무선호 잠수함은 대양을 누비고 있다. 이 기회에 하나 덧붙이자면 위인들의 업적을 재평가하는 의미에서 군기시가 있던 자리나 어디에라도 역사적 유서지를 찾아 ‘무선로’의 거리 이름도 하나 지정했으면 좋겠다. 우주선 최무선1호가 명명되는 날 바다에는 최무선의 잠수함이, 하늘에는 우주선 최무선호가 궤도를 선회하면 이 나라 안보와 과학 기술 그리고 우주산업 입국의 표상이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최종편집:2025-07-09 오전 11: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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