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나루의 주막
한강 노들나루에는 옛날 큰 주막이 있었다. 그때 나루터 앞에는 큰 바윗돌(靑石)이 있었는데 그 마을에 사는 김대길 씨의 할아버지 외에는 그 돌을 드 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돌은 장정 5∼6명이 앉을 만한 크기였다고 하니 대단히 큰돌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강 사람들의 서민적인 뚝심을 과시하기 위해 강을 건너는 이들과 내기를 걸면 그 분을 당할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 나루를 건너가는 모든 장꾼들은 이 청석을 들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돌을 드는 사람은 그냥 건너갈 수 있지만 들지 못하는 사람은 이 주막에서 술을 내어야만 건너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술집 마당은 통과의례 의식이 벌어지는 장소인 동시에 강 사람들의 기백을 한껏 뽐내는 체육장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주모의 꾸중
어떤 사내가 있었는데 수염이 너무 많아서 입을 덮었는지라 항상 남에게 추하게 보였다. 그 사내가 외출하여 주막에 들어가 어한( 禦寒)도 겸사해서 따 끈한 술 한 주전자를 주문하게 되었다.
주막에서 일하는 중노미란 녀석이 그 사내의 무성한 수염을 보면서 물었다.“손님께서는 술을 사서 무엇에다 쓰시 려 하십니까?”사내가 의아해 하면서 대답하였다.“내 지금 그 술을 마시려 한다.”“입이 없는데 어디로 마시려 하십니까?”사내는 크게 화를 내며 수염을 들치고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이것이 입이 아니고 무엇이냐!”
중노미가 그 입을 보고 나서 이상하게 여기며 중얼거렸다.“그렇다면 건넛집 김 아무개의 마누라도 아이를 낳게 되겠네요.”건넛집 김 아무개의 마누라도 아이를 낳겠다는 말은 그녀의 음모가 매우 많아서 그 밑을 덮고 있던 것을 중노미가 보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주막집의 주모가 그 말을 듣고 있다가 중노미를 꾸짖었다.
“이 녀석아 손님이 입이 있고 없고 간에 네가 무슨 상관이며 하물며 다른 집 여편네에게 구멍이 있고 없고 간에 어린 네놈이 웬 참견이냐? 말( 馬)은 비록 털이 드리웠으나 그 눈이 그 아래에 있고, 개의 꼬리는 비록 커도 그 항문이 스스로 알아서 꼬리 밑에 자리 잡았거늘, 하물며 털 많은 사람일지언정 구멍이 없을까 보냐.”사내가 가만히 듣자 하니 처음엔 중노미 녀석을 꾸짖는 듯 하였으나, 나중 두어 마디는 필경 자신을 빗대어 창피를 주는 것이 분명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 이야기는‘고금소총(古今笑叢)’에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