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그렇게 집안 가꾸는 일에 정신 없이 허덕이다가도 ‘내가 고향의 종택을 지킬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덧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유한(有限)하므로 꼭 짚어야 할 사안(事案)임에 틀림이 없다. 20년을 최장 기간으로 생각한다.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의술이 발달하고 평균수명이 연장된 덕분에 욕심을 부려본다. 그러나 사람의 수명은 하늘의 뜻에 달려있는 법, 우리 내외 중 한 사람이라도 건강에 이상이 오는 날에는 누구에겐가 관리를 맡겨야 한다. 살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떳떳하게 책임지려는 마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집을 불편함이 없도록 다듬고 정원을 가꾸는 것은 우리 내외가 종택을 지킬 수 없는 훗날을 위한 대비라 할 것이다. 농토를 관리하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50대 후반 내외가 작은 사랑채에 살고 있지만 넓은 집이라 적막감이 감돈다. 그래서 집도 지키고 한산한 분위기도 메우기 위해 진돗개 두 마리를 키운다. 영악하고 영리하기 이를 데 없다. 출타했다 돌아오면 몸을 던지며 반긴다. 늙고 초라한 나를 어느 누가 저렇게 반겨줄까? 한식구가 된 개들이 새삼 고맙고 정이 간다. 집안에서도 내가 거처하는 곳을 용케 알고 지켜주고 반겨주는 갸륵한 정성에 나도 개들에게 정성을 다한다. 나에겐 더 없는 위로와 놀이의 대상이다. 흐르는 세월에 나의 모습이 변했듯이 고향의 모습 또한 많이 변했다. 유년기(幼年期) 동무들의 집은 허물어져 공터가 되었고 남아 있는 집들도 대부분 90줄의 노인네가 지키고 있다. 집안의 가까운 친척들도 생업을 따라 타관(他關)에서 터를 잡아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있고 인편으로 가끔 소식을 들을 뿐이다. 자연스레 휘어진 소나무 기둥, 흙벽, 강낭대를 둘러 친 울타리, 울타리를 뒤덮은 호박 넝쿨 등은 이제 유년기(幼年期)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일가 어른들이 모여 동네 대소사(大小事)를 의논하며 살아가던 옛날의 질서와 예절은 사라지고, 바쁜 세상 핑계로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살아간다. 지난날의 끈끈한 인정이 마냥 그립다. 타관에서 고향 인정에 목마르고 유년의 추억이 그리워 그 추억을 더듬으며 밤을 지새우던 나의 순정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동네에서 우리 내외는 이방인이다. 대화와 친교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80∼90대 노인들이 집을 지키는 집안 대소가 서너 곳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여 안부를 묻고 생활에 필요한 조언을 드리는 것이 동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의 전부다. 무엇이든 돕고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았건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이런 현실이 답답하다. 40여 년을 학업과 직장 따라 타관에서 생활해 온 탓이리라. 또한 우리 집은 향혼(鄕婚)이 없기 때문에 이곳 향리에는 가까운 인척들이 없다. 내가 살아 온 환경과 성격 탓에 이곳 사람들과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있다. 그래도 자신을 무너뜨리고 팽개치지 않는 범위에서 ‘눈높이 생활’을 익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나의 겸손하고 진실 된 마음가짐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2007년 공수레공수거 중에서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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