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일생 동안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산다. ‘天父地母’ 즉 하늘은 아버지이고 땅은 어머니란 말이 인간 생명의 기원에서 자연(=천지)과 혈통(=부모)의 연계를 바로 표현하는 인간의 상정(常情)이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늘과 땅이라는 두 큰 자연은 인간생명의 근원을 묘사하는데 가장 합당한 실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땅에 햇빛과 비를 내리는 하늘이 생명의 능동적인 힘이라면, 땅은 그것을 받아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데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은 생명 창조의 ‘씨’이고 땅은 그 씨를 받아 생명을 키워내는 ‘밭’이라고 보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가장 예민하게 깊이 나타내는 면이 문학이나 예술의 세계라면 그 주제가 되는 것이 자신에게 연관된 자연(지연)과 생명(혈연)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아닐 수 없고,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은 정을 나타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노래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 곧 고향과 어머니의 일체감을 많은 사람이 공감을 가지는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잘 볼 수가 있다. 이제 그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
1. 고향설
“고향눈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어머니 작별하온 정거장에서
고향길 떠나올 때 검은 외투에
싸락눈 떨어주신 어머님 손길”
2. 꿈에 본 내 고향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내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리”
3. 고향 만리
“남쪽 나라 십자성은 어머니 얼굴
고향산천 가는 길이 절로 보이네”
4. 정든 고향
“영 끝에 구름 돌고 고향길을 돌아오니
어머니 치마폭에 어머니 치마폭에
인사 없이 안겼소
어머니 머리 위에 어머니 머리 위에
꽃 하나를 꽂았소.
5. 전선야곡
“들려오는 총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길 속에 달려간 내 고향 내 집에는
정안수 떠놓고서 이 아들의 공을 비는
어머니의 흰 머리가 눈부시어 울었소”
위와 같이 고향과 어머니가 일체감을 이루어 많이 불린 것이 일본의 압제(壓制) 아래였던 것을 보면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곧 나라는 민족의 고향이요 동시에 민족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고향 노래 속에 어머니에 관한 사연이 많이 나오는 것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 속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즉 일제 시 우리 민족이 불렀던 실향(失鄕)의 노래는 바로 나라를 잃은 망국의 설움을 노래로 부른 것이었다.
고향 노래, 백번 천 번 불러도 한이 없고, 어머니 생각 천 번 만 번 해도 그리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