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성주군지회에서는 순창군의 초청을 받아 지난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간 전국 노인지도자 80여명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숙식은 순창군 장류체험관에서, 교육은 장류연구소 세미나실에서 받게 되었다.
알고 보니 교육내용은 장수(長壽)와 장류(醬類) 두 가지 교육이다. 장수라 함은 고령화사회를 맞아 ‘노년기 새로운 삶의 길’을 말하고 장류란 된장, 고추장, 막장 등 우리나라 전통발효식품들을 말한다. 전담 강사는 11명 중 9명이 서울대학 교수이다.
한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단상에 올라 왜 내가 새벽 비행기를 타고 광주비행장에 내려 이곳 순창까지 와야 하는지 자문자답할 때가 많다고 했다. 강사는 연단에 있는 생수를 마시면서 하는 말이 나는 장(醬)자 한자 때문에 이곳까지 왔다고 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두시간 동안의 강의 내용을 간추려 보면, 된장이란 무엇인가? 된장이란 우리의 전통발효식품으로 메주로 간장을 담근 뒤에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또 가장 많이 누구나 먹는 공약적 식품이 된장이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또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중심적 식품이다. 그러기에 한국적 건강의 표현을 ‘된장살’이라 하고 한국적 끈기를 ‘된장힘’이라 표현해 왔다.
둘째 시간은 된장의 효능에 대하여 말했다. 된장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서 영양가가 높은 식품일 뿐 아니라 기능성도 뛰어난 식품이다. 특히 식물성 단백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동맥경화, 심장질환이 염려되는 사람도 먹을 수 있으며,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된장에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에게 모자라기 쉬운 필수아미노산인 ‘리신’이 많이 들어 있어 식생활의 균형을 잡아 준다.
또한 된장은 발효식품 가운데서도 항암효과가 탁월하다. 발암물질을 투여하여 쥐를 암에 걸리도록 한 후 된장을 먹인 결과 된장을 먹이지 않은 쥐 보다 암 조직의 무게가 약 80%나 감소하였다고 하면서 된장과 인체에 대한 강의를 모두 마쳤다.
하기야 된장이 몸에 좋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불(儒彿) 정신을 아울러 포섭한 매월당 김시습(1435∼1493) 선생은 명산을 방랑할 때 꼭 된장을 기름종이에 싸서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단지밥, 산채쌈에 된장을 얹어 먹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된장과 장수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순창군 장수노인 14명의 공통된 식생활은 ‘밥 먹고, 된장 먹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잠 잘 자고’라고 대답했다.
생각해 보면 건강장수의 비결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기본이 되는 것은 우리의 토속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라 본다.
끝으로 부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부터 30여년 전이라 할까. 어느 원자력연구소의 연구 결과, 메주에서 소수의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고, 이로써 된장은 한 때 홍역(紅疫)을 치르기도 했다. 이 소수 때문에 전체가 발암물질이다, 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세상에는 어느 일부만의 조명으로 그 모두를 일부처럼 인식하는 일이 왕왕 있다. 이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옥(玉)에도 티가 있듯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작은 흠은 있듯이 메주도 예외는 아니다.
세상에 알리기를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발암물질이 왜 그 소수의 메주에서만 검출되었는지를 심층 분석하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이 서민적인 주체식품들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평소 본인을 드러내길 원치 않는 강인형 순창군수님, 그리고 밤늦도록 청사를 밝히는 임직원과 교육기간 동안 숙식을 함께 한 직원들에게 성주노인회 회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