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뱅잇굿 대사의 제10과장에는 주막집이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백만금을 기생집에서 다 날려 버린 평양사람 이광옥과 주막집의 늙은 노파와의 사이에 외상술로 인한 시비가 벌어진다. (광옥이) 높다란 고갯마루에 앉아서 다리도 좀 쉴 겸 널찍한 들 가운데를 건너다본즉 들 가운데는 궤딱지만 한 집 한 채가 있는데, 그 집은 뉘 집이냐? 일각 정승 댁에서 대대로 몸종으로 있던 부인이 하나 있는데, 젊었을 적엔 정승댁에서 몸종으로 있었지만 연세가 많으니까 종 노릇도 못하고 들 가운데 나와 앉아서 막걸리를 한 통 해 놓고는 마수거리나 좀 해 볼까 하는 차제에 하필 재수가 옴 붙느라고 평양서 돈 다 없애 먹은 건달 녀석이 첫 개시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광옥이 하도 시장하니까 비틀걸음을 치며 들어가면서, “이 댁에 주인 계십니까?” 탁주집 할머니, 이는 다 빠진 흐물떼기 할머니가 나오면서, “에이고, 그 누구요?” 광옥이 하는 말이, “나 지나가던 행객입니다.” 할머니 하는 말이, “지나가던 행객이면 시장하겠구먼. 우리 집 안방으로 좀 들어앉으시오” “할머니 막걸리 잔이나 좀 해 놓고 파십니까?” “늙은 년이 막걸리 잔을 해 놓고 좀 팔긴 파느라고 하지만 미끈한 젊은 사람들은 기생네 집에만 가지, 나이 많다고 우리 집에야 잘 찾아오나?” “아, 할머니 그렇지 않겠습니까?”호주머니를 뒤져 보니 쓰던 엽전 세 닢이 들었는즉, “할머니 요것 맞돈입니다. 아, 술 한 사발만 주시오.” 할머니가 엽전 세 닢을 받아 가지고 좋아서 안으로 쫓아 들어가더니 하얀 사발에다가 노란 막걸리를 한 사발 떠다 주니, 광옥이가 한 사발을 먹고는 몹시 시장했던 김이라 간에 기별도 안 가서 다시 할머니를 한번 불러 봅니다. “할머니!” “왜 또 이렇게 젊은 사람이 늙은 사람 보고 다정스럽게 부르노?” “내 강원도 땅으로 장사 가는 사람인데요, 갔다 오는 길에 외상값을 후히 갚아드릴 테니 나 술 한 사발만 외상 더 주시겠습니까?” 할머니 깜짝 놀라면서, “외상, 외상, 썅통 봐라, 전당국( 典當局)에 드나들던 양푼 밑구녕같이 썅통이 번숭번숭 해 가지고 생전 전대 구녁으로도 보지 않던 새끼가 나 보고 술외상 달라고, 쌍년의 새끼 같으니라고.” 광옥이가 욕만 하고 술 외상을 안 주니까 부아가 나서, “아니 이놈의 늙은이, 뭬라고? 말만 들었지 맞아 보지는 못한 모양이로구먼. 술 외상 안 주거던 애초 그만 둬 버리지, 엿장사가 가위질 하듯 아가리로 욕을 어따 대고 함부로 넉장 넉장 대는 거야.” 앞에 있는 막걸리 독을 들고 독채로 할머니를 넘겨 싸우려 하니 할머니 무서워 벌벌 떨면서 하는 말이, “얘, 끔찍스러이 그러지 마라. 네 눈구멍은 가만히 보니, 벌건 줄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다 살은 이 늙은이 나 하나 때려죽이고 맹종이 시계 차고 장장사감 되겠네. 곱게 먹고 곱게 가거라.” 광옥이 옆에 있던 술독을 들고 독채 맘대로 한참 집어 삼키더니 못된 속에 술이 들어가니까 주정을 하기 시작하는데, “어 취한다. 요놈의 할미 모가지를 잠자리 모가지 뽑아 버리듯 할까 보다.” 할머니가 어찌 무섭던지 부엌으로 내려가서 오줌을 쌀쌀 싸며 하는 말이, “네 암만 끔찍스러이 그래 봐라. 마지막에 술 다 깬 다음엔 똥물을 잠뱅이라도 벗어 놓고야 갈리로다.” 광옥은 술에 취해서 밤새도록 주정을 하다가 자고 이튿날 떠나려 한다. 이때 이웃집에서 굿을 하는 소리를 듣고 광옥이는 할머니에게 무슨 굿을 하는지 묻는다. 할머니는 정승 집 외동딸 배뱅이가 죽어 그 혼을 부르는 굿을 한다는 것과 그 집 사정을 상세히 광옥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에 광옥이 무당으로 위장하여 척척 들어맞는 굿을 해 주고 많은 재산을 얻어서 도망치듯 떠나간다. (중략) “……이 덕 저 덕 뉘 덕 해도 술장사 할머니 입덕이로다. 다른 신세는 다 못 갚아도 술장사 할머니 신세나 갚고 가자. ……에∼헤 에 에 에헤이∼야 떠나갑니다. 떠나가요. 배뱅이 혼신이 떠나갑니다”라고 염불을 하면서…….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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