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상강도 지나고 입동도 지나고 소설이 다가온다. 음력10월이 오면 무엇인가 긴장이 된다. 혹여 벌초를 빠뜨린 곳이 없는지? 묘사날 춥지는 않은지? 고향이 더욱 그리워진다. 때로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행사일 19개중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듯이 음력 10월 1일을 성묘가 시작되는 날로 ‘祖上의날 또는 省墓의날’로 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본다. 귀소본능이라 할까? 동물이 먼 곳에 갔다가도 자기가 살던 집이나 둥지로 돌아오듯이 우리 인간도 고향을 그리워하고 때가 되면 선산을 찾아 벌초하고 성묘도 한다. 꼬불꼬불한 산등성이를 몇 구비 넘고 돌아 찾아간 곳, 우거진 수풀에 파묻혀 찾아보기 힘든 외로운 봉분이 후손들을 반갑게 맞는다. 깨끗하게 벌초를 끝내고 봉분 앞 상석에 탁주 일배 부어놓고 고두백배(叩頭百拜)한다. 이렇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만 생전에 못다한 효의 백분의 일이라도 할까하는 마음에서이다. 조상의 묘를 잠시 밟아본다. 봉분 앞에 가로 넉자 세로 석자의 상석이 잔디에 묻혀 있을 뿐 묘비 하나 없는 초라한 한문(寒門)의 무덤을 바라보며 죄송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길 건너편 벼락부자가 된 졸부의 선대 무덤이 제법 위용을 나타내고 있다. 표석은 말할 것 없고 봉토의 크기가 옛 왕릉을 능가할 정도로 크고 무덤 주위에도 호석, 석수들이 난무하고 있다. 당대의 위광을 과시하기보다 맑은 술 한잔 부어놓고 정성껏 예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서 내 마음을 달래본다. 음력 10월이면 누구나 묘제를 올린다. 묘제란 시조에서부터 모든 조상들의 묘소에 가서 지내는 제사로 대개 한식이나 10월에 날짜를 정하여 지내는 시제이다. 묘사 때마다 걱정이다. 해가 갈수록 참배하는 사람은 줄어든다.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 있으며, 조상 없는 자손이 어디 있으랴’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나를 낳아 길러주시고 돌봐주신 선조에 대하여 정성껏 예로서 모시는 것이 자손 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따라서 생활에 바쁘고 생업에 쫓기는 현대인이라 할지라도 1년에 한번 돌아오는 묘제만이라도 보은감사(報恩感謝)의 뜻을 가지고 많이 참석하기를 기대해 본다. 성묘를 마치고 일행은 산등성을 타고 고향마을에 내려왔다. 우리 마을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오목한 마을이다. 옛날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쉬어 가면서 글풀이를 하였다 하여 책상 안자(案字)와 선비 언자(彦字)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 안상언(安上彦)으로 변천하였고 오늘의 마을 이름은 용암면(龍巖面) 상언리(上彦里)이다. 통일신라 이후 이 마을은 京山府의 安堰驛, 尙州의 洛原驛과 慶州의 活里驛, 安東의 安基驛등 一級驛으로 되어 조선후기까지 천 여 년간 驛站이 있었던 곳으로 역사성이 있는 마을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성주 용암IC가 이곳에 와서 모두들 좋아한다. 그러나 마을 뒤편은 공장부지로 선정되어 보조개 같이 예쁜 마을은 간 곳 없고, 옛산 옛길은 자취 없이 사라지고 붉은 황토와 먼지로 사람이 살수 없다. 법대로 허가한 당국을 원망할 뿐이다. 법도 사람 위에 있을 수 없다. 이 지역의 허가행위가 훗날 수범사례가 될지 혹은 그 반대가 될지는 두고 볼 일 이다. 간절히 바라건대 마당 쓸고 돈 줍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랄 뿐이다.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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