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방
위의 경우와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1910년의 소위 ‘한일합방’이란 말도 우리가 쓰는 말로는 합당한 말이 못 된다. 왜냐하면 조약이란 국가 간에 대등한 지위와 권력으로 체결되는 것인데 이 경우는 전적으로 일본 측의 일방적인 강압에 의해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말도 우리로서는 강제라는 말을 넣어 ‘한일 강제합방’이라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로 말하면 일제가 패망하여 물러간 직후 우리나라는 강요에 못 이겨 체결한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의 무효를 선언했어야 상징적인 의미로라도 독립주권 국가로서의 위신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대동아전쟁
아직도 많은 사람들(주로 70∼80대의 노령층)이 일본이 미국과 영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자행했던 소위 태평양전쟁을 당시 일제가 부르는 말을 따라 대동아전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것도 우리가 쓸 말은 아니다. 일제는 당시 서구의 몇 강대국이 동양제국으로 세력을 확장해 오는 소위 서세동점을 대동단결하여 막고 동아세아 제국이 함께 번영하는 소위 대동아공영권을 이루기 위한 전쟁이라고 자칭한 것이다. 이 말의 뒤에 숨은 일본의 속셈은 물론 일본이 동아세아 여러나라는 자기의 지배 아래 두고자 한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