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옥(여·44)씨. 생김새와 말투는 완전 한국인이다. 아무리 살펴봐도 결혼이주여성 같은 느낌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15년 전 한국의 생활 환경과 현 남편이 좋아 무작정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제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전형적인 한국인이 된 그는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정형편은 다소 어렵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이런 그에게 한국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에 오고 싶었나?
-아주 간절했다. 지금은 몰라도, 15년전 만해도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꿈의 도시였다. 텔레비전, 신문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본 한국은 생활 환경이 뛰어나 살기 좋은 아시아권의 선진국으로 중국 내에서 소문났기 때문이다. 이 탓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살고 싶었다.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나?
-중국에서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한 동료로부터 한국 남자를 소개받았다. 중국에 큰집을 두고 있기도 한 이 남자는 다소 무뚝뚝했지만, 다정다감한 모습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특히 한자를 잘했다. 만난 지 얼마 안됐을 때는 한자를 종이에 적어 서로 대화를 나눴을 만큼 실력이 대단했다. 이 남자가 현재 남편이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어떠했나?
-중국에서 결혼을 하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대구에서 살았는데, 역시 중국과는 환경이 너무 달랐고 신기한 것도 많았다. 지나가는 중국인들을 만났을 때는 무척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말이 안 통해 물건도 살수 없었고, 친구도 없어 외로웠다.
△가족은 어떻게 되나?
-남편 이광배(52)씨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큰 딸은 현재 안동대학교에 재학중이고, 작은 딸은 중앙초 5학년이다. 둘 다 공부를 잘한다. 여유만 된다면 남들처럼 학원도 보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한국 생활 중에 재미난 일은 없었나?
-애매한 한국말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안녕하세요”와 “안녕히 계세요”를 구별 못해 처음 만나는 사람한데 “안녕히 계세요”라고 한 적 있다. 또 “바람쐬고 왔고”라는 말을 잘못 이해, 시어머니한데 “바람피고 왔다”고 엉뚱한 말을 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당시에는 비슷한 발음 때문에 힘들었다.
△한국 음식은 어떠한 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음식이 입에 안 맞아 일주일 동안 제대로 밥을 못 먹었다. 한국 음식은 중국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았다. 김치는 너무 매워 먹겠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김치를 사랑한다. 웬만한 음식은 다 잘먹는다.
△고향이 그립지 않나?
-명절 때가 되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에서 중국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그렇다. 예전엔 고향이 그리워 몰래 울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이 고향처럼 편하다.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던데?
-남편이 몸이 불편해 일을 못하고 있다. 결국 내가 일을 안 하면 가정을 꾸려갈 수가 없다. 그래서 올 3월부터 중앙초에서 방과후 교사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 달에 20시간 정도 강의를 하며, 돈은 58만원 받는다. 근데 이마저도 내년이면 ‘중국 원어민 무료 강의’ 때문에 못할 위기에 처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시장 한복집(경북그릇 뒷집) 할머니, 성주성당 형제자매, 중앙초 교직원 등은 그동안 우리 가족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이 자리를 통해 그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비록 지금은 여유가 안돼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주진 못하지만, 언젠가는 꼭 갚고 싶다.
◆프로필
△1965년 중국 출생 △중국 하얼빈 초·중·고·대학 졸업 △중국 정치학 교사 4년 △1995년 결혼 및 한국 입국 △대구 두류초 어머니회 반 부회장 역임 △2007년 생활개선회 우수 회원장(훈격 성주읍장) △現 중앙초등학교 방과후 중국어 교사 △ 現 한중회 회장 △現 중앙초 어머니회 5학년 대표 △現성주읍 생활개선회 외무총무 △취미: 독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