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육체적 노동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특히 사람이 직접 자연을 경작하는 전통적 농업노동의 경우 다른 노동에 비해 많은 양의 칼로리가 소비된다. 이를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이 식사의 양과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농번기 때 새참을 먹고 또 이 새참의 질과 양이 풍성한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술은 이 새참과 함께 필수적인 음료수가 된다. 이때의 술은 말할 것도 없이 막걸리이다. 조선시대의 막걸리는 특별한 때에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일반음료에 가까워서 평상시의 힘겨운 노동, 특히 고된 농사일에는 흥과 힘을 돋우기 위한 활력소로 쓰이고 있었다. 이때의 막걸리는 다른 음식과 같이 생산노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서 기능한다. 즉 막걸리는 생산노동의 중요한 원천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유한계급의 풍류와 멋으로 즐기는 여가의 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여름 뙤약볕에서 땀을 많이 흘려 나른해질 무렵 영양가와 수분이 충분히 들어 있는 막걸리를 마시면 제격이다. 농군에게 막걸리 한 사발은 허기도 면하고 기운도 돋워 주며 신명도 적당히 나게 해줌으로써 일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 두레농사일은 술의 힘으로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은 중요했던 것이다. 농업노동은 많은 경우 공동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을‘두레’라고 한다. 이 두레는 지역에 따라 그 구성이나 기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명칭도 다양하여 농사(農社), 농계(農契), 농청(農廳), 목청(牧廳), 갹사(醵社) 등으로 부른 곳도 있었다. 농사는 각기 제집 일만 하게 되면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농사시기도 놓치기 쉽다. 그리하여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한 집 한 집 차례로 돌아가며 일을 한꺼번에 해치운다. 이때 이 일꾼들의 대접에는 반드시 막걸리가 등장한다. 두레로 공동작업을 할 때에는 식사도 들판에서 공동으로 하였다. 두레꾼들이 들판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광경은 농촌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각인되어 왔다. 두레꾼들의 공동작업에서 음식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두레의 공동식사는 참과 점심으로 구분된다. 참은 정식으로 먹는 밥과 달리 술이 주종이다. 오전참, 점심, 오후참의 세 번의 공동식사가 일반적인 관행이다. 공동식사의 경우 음식은 대체로 논 주인이 담당하며 그 음식을 장만하고 날라서 나누어 주는 것은 공동으로 한다. 그러나 두레로 농사를 짓는 경우에는 술은 대개 두레에서 공동으로 양조장에서 가져다 먹고 뒤에 결산을 하였다. 농사철에 술을 많이 마시면 칠월에 두레 먹 을 경비가 준다고 절약을 하기도 했다. 공동식사의 중요한 기능은 식사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참과 점심의 한때를 이용하여 휴식을 취하고 술을 먹음으로써 잠시나마 피로를 푸는 것이다. 참이나 점심 때 술을 몇 잔 마시고 얼큰해지면 한바탕 농부들의 작업수행에 있어서 전체의 균일적 통일성과 피로의 감소 외에도 오락으로 모든 공동생활의 행사에 윤기와 힘을 준다. 이 농악이 시작되기 전이나 끝마쳤을 때는 거의 빠짐없이 술판이 벌어진다. 농부들이 술을 마실 때에는 이에 앞서 농기(農旗)에 술을 붓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작업현장에서 풍물을 울리면서 흥을 돋우면 일에 대한 싫증이 가시기도 하고 능률이 오르기도 한다. 그리하여 농사일이‘지루한 노동’이 아니라‘즐거운 노동’임을 연출하고자 했던 것이다.
최종편집:2025-05-19 오후 01: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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