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의 ‘문학 꿈나무’를 찾고 기르고자 하는 열망으로 제정된 은 그간 많은 학생들에게 문학에 대한 자신의 감춰진 끼를 새로 발견하거나, 긴가민가 의심스러웠던 글에 대한 역량을 스스로 인정하고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덧 출간 9호에 이른 은 성주의 자라나는 학생들을 문학 동량으로 키워내는 산실이 되어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응모 편수가 줄어드는 것이 눈만 뜨면 사방천지에 학생들의 마음과 정신을 앗아가는 게임물과 오락들, 사흘이 멀다 하고 치러지는 시험에 지친 탓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생활이 너무 바쁘면 정신이 황폐해 진다.”는 말이 우리 학생들에게도 적용되는가 싶어 몹시 안타깝습니다. 그러한 사정에도 에 응모 글을 보낸 여러분의 존재와 글에 대한 열망은 더없이 소중합니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이렇다 할 만한 명확한 규정이나 잣대도 없이 읽는 사람의 주관에 치우치기 십상인 감상만으로 글의 우열을 가리는 일이란 참으로 곤혹스럽습니다. 특히 바쁜 시간을 쪼개 글을 지어 보낸 학생들의 귀중한 원고를 대할 때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한 까닭에 수상작품을 선정함에 있어 작품의 완성도 보다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글 속에 담긴 진솔함과 장차 기지개를 펴게 될 문학적 역량을 찾는데 더 무게를 두고자 했습니다. 글은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고 그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허공을 울리는 말과는 달리 글 속에는 진심이 녹아있기 마련입니다. 진정에서 우러나온 글은 자신은 물론 읽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도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시, 소설, 수필, 동화, 독후감상문, 체험기 등’ 다양한 분야의 시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자신의 경험담을 고스란히 풀어놓은 듯한 소설 대상 청소년방황기(초전중 2년, 이상연)는 오늘날 대부분 가정에서 있음직한 상황을 글을 읽는 누구라도 고개를 주억거릴 만큼 확대경으로 보듯이 생생하고 생동감 있게 잘 표현하였습니다. 특별한 문학적 기교나 수사적 표현은 없지만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 단순한 이야깃거리를 고만 또래들의 방식으로 진솔하게 엮어 내었으며, 또한 중학 2년생으로 소설이라는 형태를 빌어 시도한 창의적 도전에 많은 무게가 실려 대상으로 밀게 되었습니다.
금상으로 뽑힌 당신을 응원합니다(초전중 3년, 오수비)는 오늘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우리 가족 내부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을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마음 짠한 글입니다.
가정은 천국의 모델이라 하지만, 역으로 부부, 부모와 자식,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가정도 적지가 않습니다. 오수비학생의 글에서도 그러한 아픔이 먹물처럼 진하게 배어나지만, 자칫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진심어린 한 편의 글로써 풀어내어 자신의 아픔을 달래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크고 무서웠던 아버지를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승화시킨 오수비학생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은상으로 네 편의 글이 뽑혔는데, 손님(수륜중 3년, 박소은)은 밤마다 찾아오는 특별한 손님, 고양이와의 인연에 대해서 잔잔하게 풀어 쓴 글입니다. 다친 몸으로 절뚝이며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향한 모녀의 따뜻한 마음이 글 곳곳에서 묻어나 글을 읽는 사람까지 아뿔싸! 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합니다. 또 원하는 삶을 살아라(성주여중 2년, 홍현지)는 한비야의 글을 읽고 자신의 소감과 생각을 시원한 필치로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우리는 한겨레(수륜중 3년, 김진옥)는 통일안보교육 현장체험학습으로 판문점에 다녀온 소감을 적은 글입니다. 현장체험 중간 중간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씨줄과 날줄로 솜씨 좋게 그려내어 글을 읽는 사람도 동행한 느낌이 들게 하는 흡인력 있는 글입니다.
북극곰아 힘을 내(초전중 2년, 류영인)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쓰레기와 매연 등으로 자연이 훼손되어 청정지역인 북극해의 북극곰들이 죽어가는 심각한 상황을 동화 형식을 빌어 그려내고자 하였습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밋밋하고 억지적인 면은 있지만, 중학 2년생으로 자연훼손에 대한 전 세계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가졌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동상으로 세편의 글이 뽑혔습니다. 그 아이(성주여중 3년, 방보현)는 평소 장애인 급우에 대해 가졌던 감정을 고해하듯 진솔하게 풀어낸 흐뭇한 글입니다. 짐짓 모른 척 외면하고 있었지만, 신발 속의 자갈처럼 나를 자극하며 불편하게 하던 그 묘한 감정이라니… 그건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부대끼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눈까지 울컥울컥 차오르는 감정의 역류를 통해 보현학생은 이미 ‘그 아이에게 한 뼘 더 다가서는 용기 있는 일, 좋은 일’을 행했으며, 유정이의 울타리가 되고 정겨운 어깨동무가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벽진중 3년, 김흰눈)는 전교생 49명인 시골 오지의 우리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오롯이 묻어나는 소담스러운 글입니다. 빛(성주여고 2년, 이보경)은 여고생답게 빛과 나의 잠재능력과의 관계를 짜임새 있게 함축적으로 표현하였으나 글의 내용이 너무 짧아 조금만 더 호흡이 길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글쓰기는 점점이 나를 완성시켜 나가는 부단한 작업입니다. 쉼 없는 노력으로 날로 증진하기를 소망합니다.
김순란 (수필가)·김기자(성주문학회장)
이번 9회 공모에는 고등학생들의 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중학생들의 시가 다소 많아졌습니다. 학생 시 작품 중에 홍지영(성주여고 2년)의 달빛을 걷어내는 사람들과 개구리 깡충깡충이 일단 돋보였고, 김병근(성주고 1년)의 가슴으로 말하는 것, 배성중(성주중 3년)의 자전거 그리고 유찬미(성주여중 3년)의 마지막 인사가 시어가 잘 정제되어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이중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이 ‘가슴으로 말하는 것’과 ‘달빛을 걷어내는 사람들’ 두 작품이었습니다.
홍지영의 작품은 새벽에 일어나 여명이 밝아오는 때의 사람들의 모습을 튼튼한 묘사로 구체화하고 있으며 시어가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언어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김병근의 시는 혈육에 대한 정을 그리되 반복적인 리듬을 얻어서 정감의 상승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그러면서도 언어가 절제되어 있어서 자칫 감상에 떨어지기 쉬운 내용을 묶어서 정돈된 시로 형상화했습니다. 두 작품을 두고 생각하다가 김병근의 시가 갖는 단조로움을 피하고 홍지영의 시가 갖는 스케치의 섬세함을 높이 평가하여 후자를 대상으로, 전자를 금상으로 정했습니다.
배성중의 ‘자전거’와 유찬미의 ‘마지막 인사’ 역시 최종적으로 금상 대상 작품으로 정했습니다. ‘자전거’는 시의 구조가 꽉 짜여 있으면서 어릴 때의 자전거에 얽힌 추억을 반복적인 리듬 속에 떠올리고 있습니다. 호흡의 길이도 적당하고 ‘조금씩 늙어가는’ 자전거의 쓸쓸함까지 잘 담아냈습니다. ‘마지막 인사’는 임종하는 순간의 아픔을 역설적인 어법으로 표현하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인사인데, 그저 인사일 뿐인데’라는 표현을 통해서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을 보내는 남은 사람의 고통을 눈물겹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현동익(성주고 2년)의 내 마음 갈대 속으로는 바람과 햇빛 속에 놓인 갈대밭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이주석(성주중 2년)의 한 남자 아이와 텅 빈 방은 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해 가는 모습을 그려냈으며, 장은혜(수륜중 1년)의 유리창은 유리창을 통해 사물을 보고 자신을 바라보려 하는 화자의 내면을 잔잔한 리듬으로 이야기하듯이 풀어가고 있습니다. 배경진(가천고 2년)의 손님은 8행시인데, 까치와 홍시와 손님의 관련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시이고, 이보름(성주여중 1년)의 가을밤은 맑은 감정을 잘 다스려서 가을밤을 바라보는 마음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또한 배지은(성주여중 3년)의 그때 그 시절은 발랄한 청소년의 언어를 마음껏 구사하여 지난날에 대한 추억을 그리고 있으며, 여윤정(벽진중 2년)의 꽃은 투박하지만 꽃에 대한 명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서 다른 작품과 함께 은상 작품으로 뽑았습니다.
여혜영(초전중 3년)의 추억, 정민태(수륜중 3년)의 얄미운 꽃나무, 변지빈(성주중 3년)의 진흙의 숲, 서민호(벽진중 3년)의 회는 어선에서 먹어야 맛이다, 조성희(초전중 2년)의 꽃에게 등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형상화하는 소질이 엿보이는 작품들이어서 동상으로 뽑아 격려하고자 합니다.
배창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