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전 내무부 장관
긴긴 하루 해, 이른 아침부터 무논에서 모내기하는 농부들은 허리도 아프고 무엇보다 갈증이 난다. 허기 또한 참기 어려운 고통이다. 허기가 질수록 새참이나 점심때가 기다려지고 내리쬐는 뙤약볕에 눈앞이 흔들린다. 지루함을 잊기 위하여 모내기 노래를 구성지게 불러 보기도 한다.
모심기를 할 때 부르는 농요는 각 지방마다 불려지지 않는 곳이 없고 또 지역마다 그 가사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 그 종류가 너무도 많다. 다음과 같은 노래도 있다.
알금알금 고운 독에
술을 빚어 금청주라.
팔모로 깎은 유리잔에
나비가 앉아 권주하네.
술 안 먹자 맹세터니
술 생각이 절로 나네.
주모야 술 걸러라
맹세풀이 내 할라네.
진주 단성 얽은 독에
비빈 찹쌀술을 해여
딸을 나서 날 준 장모
이 술 한 잔 잡수시오.
모시적삼 안 꼬름은
고름고름이 상내 난다.
남산모퉁이 돌아가니
친구마당 술내 난다.
삼가 합천 얽은 독에
쌀로 빚은 언약주야
샛빌 같은 술잔에다
임도 받고 나도 받고
금붕어 잡아 헤쳐 놓고
춘향이 불러 술이나 묵자.
샛빌 같은 술잔에다
임도 받고 나도 받고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심기 소리에는 술을 소재로 한 노래가 많다. 또 그 내용에는 고달픈 내용보다 화려한 분위기를 노래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모내기 소리에는 성적인 분위기와 술을 연계시킨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전남지역의 농요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상사소리를 잘허고 보이면
영등포 큰애기들이 술잔을 들고
꾸정물동우로 권주가 온다.
날 오라 하네 날 오라 하네.
산골 처재가 날 오라 하네.
……
청추마 속에다 약주병 차고
오동동 속으로 날 오라 하네.
시간이 없어서 못 지켜 줬네.
《춘향가》의 는 이 도령이 남원 근처에 당도했을 때 농부들이 모심기를 하며
부르는 삽입가요이다.
모심기 노래가 판소리에 수용되어 창으로 불린 것이다. 그 중에는 다음과 같은 노랫말이
있다.
어린 자식들을 늘어 앉혀 놓고
얼널널 상사뒤
함포고복 많이 먹고
얼널널 상사뒤
서산에 해지거든
암소 같은 우리 마누라를
얼널널 상사뒤
어쩌고저쩌고 거시기 하면
새끼농부가 나따라 나온다.
얼널널 상사뒤
떠들어 온다 점심바구리 떠들어 온다.
어어여루 상사뒤
- ,《김여진 창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