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형곡동에 있는 시립도서관의 조그마한 원형 강당에서 구미시의 시 암송대회가 열렸다. 나는 우리학교 학생 한 명이 출전하기 때문에 지도교사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실상은 지도 교사가 따로 있지만 내가 지은 시를 암송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우리 학생이 연습하는 동안 줄곧 같이 지도하였고, 또 시 암송대회는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싶기도 하여 지도교사와 함께 참석했다.
구미시의 시 암송대회는 문협 구미 지부장인 박태환 시인의 노력으로 벌써 4, 5년간 대회를 치른 모양이다. 현대시는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읽는 시로는 부적합하고, 또 암송대회를 하기에는 호흡이 짧은 시들이 많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대회가 앞으로도 계속될 모양이니 우리 학생을 다음에 출전시킬 경우를 대비해서 한번 견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갔다.
오후 4시부터 암송대회가 시작되었는데 초등부가 21명이 참석하여 대회에서 수적으로 주축을 이루었다. 그리고 중학부가 16명, 고등부가 4명이었다. 그런데 일반부가 6명이 참석하였다. 학생들만이 참석하는 대회이려니 했는데 고등학생보다도 더 많은 일반인이 참여한 것이 의외였다.
참가한 50명 가까운 인원 중 같은 시를 암송한 사람이 꼭 2명이 있고 나머지는 전부 다른 시들을 외는 것이 신기하였다. 초등부 학생들의 시는 전체적으로 호흡이 짧은 시들이 상당히 있어 재미가 반감되었지만 중학생부 이상은 짧지도 않으면서 지루하지 않게 적당한 길이의 시들을 선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내용이 아름답거나 읽기에 아름다운 시들을 선택하여 암송하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나로서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날의 느낌을 한 수의 시로 표현해 보았다.
시암송대회
구미시 형곡동 시립도서관
조그만 원형의 강당에서 나는 여행을 떠난다.
초등부 21명 중학부 16명
고등부 4명 일반부 6명의
시를 노래할 승객이 타고
승객만큼의 방청객도 타고
나는 들뜬 마음으로 방청석에 앉았다.
기차가 출발의 신호음을 울리자
모두가 저만의 색깔로
불빛 밝은 연단 위 마이크에다
언어를 다듬어 레일 위에 바퀴를 굴린다.
비익의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날개에서 흩어지는 영롱한 언어는
구슬이 되고 풍선이 되고
하늘을 상실한 세상에 새로운 하늘을 연다.
비늘을 번뜩이며 꿈틀거리는 힘찬 언어는
막혀서 흐르지 못하는
흐린 지상에
콸콸 소리도 요란하게 아름다움의 물길을 낸다.
가다가 머리를 박고 곤두박질치는 언어는
웃음 잃은 세상에 웃음을 되돌려 주고
인정이 메마른 세상에
안타까워라, 안타까워라 하며
인정을 함지박에 퍼서 건네게 한다.
시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곳의 여행에
티켓도 없이 승차하여서
기쁨의 언어가 꽃비가 되어 내리는 동안
풀이 마른 마음의 길섶에도 생기가 돈다.
매마른 육신과 영혼이
안식의 시간을 향유하고
사방으로 던져지는 언어의 아름다운 향기가
가슴에 꺼져가는 시심의 불씨를 새롭게 지피고 있다.
구미시의 시 암송대회는 이 지역을 지키는 박태환 시인의 개인적 취향과 노력으로 정착단계에 들어섰지만 시 암송 자체가 작품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음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를 읽는 사람의 감정을 순화해 줄뿐 아니라 인간성 형성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된다. 노래의 경우는 멜로디 때문에 노랫말의 의미를 음미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시 암송은 시 자체가 가진 언어의 의미를 재대로 음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객지를 떠돌아 잘은 모르지만 우리 성주에도 시 암송은 종종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구미시처럼 행정기관의 지원을 받아 전 군민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 암송대회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대회가 하나 있었으면 한다. 주최는 성주문인협회나 문화원 같은데서 하고 성주군이 조금만 예산을 지원해주면 큰 경비도 안들이고 새로운 문화 코드 하나를 정착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성주의 축제 기간이나 문화의 달에 문화 행사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시암송대회가 지역 문학의 발전이나 인성교육의 일정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