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초, 한 통의 초청장을 받았다. 한인규(서울대 명예교수) 이사장님이 설립한 재단법인 목운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초청장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꼭 참석 바란다”는 한 박사님의 확인 전화까지 받고 보니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
솔직히 고백하지만, 부끄럽게도 한 박사님을 알게 된 계기가 성주신문 서울지사장을 맡은 후니까 불과 5∼6년 밖에 안 된 것 같다. 내가 성주중고가 아닌 고령중고등학교를 나온 것도 한 이유라 하겠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한 박사님은 고향 어른이시고, 서울농대학장을 역임하셨으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을 지내신 원로 학자님 정도였다. 재경성주향우회나 재경성주중고동문회 행사 때 뵙고 인사를 드리면 유난히 반갑게 대해 주시는 모습에서 차츰 친근감이 더해 갔다고 해야겠다.
2년 전 ‘재경성주문화사업후원회 고향문화탐방단’ 일원으로 참여를 했는데, 그 때 한 박사님이 단장을 맡아 탐방단을 인솔하셨고, 하루 동안 가까이서 뵐 수 있었는데, 무척 인자하시다는 것과 다정다감하신 어른으로 느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4월 20일 목운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장에 들어서고 보니 20여 개의 지정된 원탁테이블에는 초청 대상자의 명찰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중앙 헤드테이블을 중심으로 성주인들의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내빈소개에서 각계각층의 귀빈들과 재단관계자, 그리고 장학생과 그 가족 등이 소개되었다.
스승의 눈으로 본 한 이사장, 친구의 눈으로 본 한 이사장, 제자의 눈으로 본 한 이사장은 공히 ‘나눔의 철학을 가지신 분’ 이라는 어느 분의 축사에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게 했다.
학창시절 천재로 알려졌던 한인규 학생이, 좀 더 편하고 장래가 보장된 학과를 마다하고 오로지 ‘장차 농촌을 잘 살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지원했다는 것부터 남다른 뚜렷한 목표를 가진 분으로 평가된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우리나라 동물영양학의 1인자로 자타의 공인을 받게 된다. 아태축산학회와 세계축산학회 유치 등에 리더십을 발휘했고, 한국축산학회장에 이어 1993년 캐나다 대회에서는 세계축산학회 회장으로 피선되었다. 1998년 제8회 대회를 서울대학교 캠퍼스에 유치하여 세계축산학회 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 받은 것도 큼직한 업적에 속한다. 일찍이 사비를 털어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육연구재단 설립에 이어 목운문화재단 설립으로 동물생명과학분야 발전과 함께 장학사업으로 인재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 박사를 일컬어 ‘일을 위하여 태어난 사람, 일 밖에 모르는 사람,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 등 수식어도 많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재단 설립 목적에 보면, 「농촌지역 불우학생을 돕고, 동물생명과학분야 인재양성을 위하며 국제학회의 학술활동과 시상사업을 지원한다」고 돼있다.
단행본 93권 저술, 868편 학술논문 발표한 초인적 열정
그 동안 국내외 장학금 수혜자가 10개교 324명에 이르고 공식적으로 지급된 8억여원과 한 이사장 사비로 7억여원을 합해 15억여원의 장학금 지급 실적을 가지고 있다.
제3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재임 3년동안 분당 구미동에 대지 352평에 지하 5층, 지상 8층의 현대식 신축건물 완공으로 한 박사님 리더십의 결정체를 보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단행본 93권을 저술했고, 학회 발표문을 비롯해 총 868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한 초인적인 열정에 그저 감동할 따름이다.
이러한 한 박사님에 관한 모든 업적들이 2006년 발간한 목운 한인규 교수 학문생활 50주년 기념문집을 읽고 몇 분이 투고한 독후감에서 한 박사님의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솔직히 나는 한 박사님의 ‘학문생활 50주년 기념문집’을 무척 갖고 싶었지만 입수하지 못했다. 감히 말씀드리기가 송구스럽다는 생각에서다.
독후감에서 잘 나타났듯이 한 박사님의 고향 사랑과 특히 ‘모교와 후배를 위한 끝없는 사랑’은 남다르다. 지금까지 어려운 후학들에게 장학금 수여는 물론이고, 자서전 발간 후 모교인 성주고등학교를 방문, 사랑스러운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앞으로 사회생활에 지침으로 삼아야 할 주옥같은 교훈을 특강하여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2월 초 성주고등학교 교정에서는 한인규 박사님의 그림 기증식이 있었다. 파리 유학파 출신으로 프랑스 예술가협회 회원인 조규석 화백이 그린 ‘성주의 정기 가야산’이라는 그림을 한 박사님이 매입하여 기숙사 입구에 걸었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야산의 정기를 받아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게 됐다”며 한 박사님의 모교 사랑에 대한 칭송이 자자했다.
한편 재단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 내가 초대된 영광과 함께 그 날 한 박사님께서 살아오신 큰 족적과 더불어 사회적 네임벨류를 확인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그 날 창립기념 ‘총서’ 발간 외에 기념 논문집 ‘동물생명공학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자전적 에세이집 ‘인생은 구름처럼’ 등 세 권 한 질의 기념문집을 발간, 나누어 주었다. ‘인생은 구름처럼’의 수필모음집을 단숨에 읽었다. 젊은 시절의 기억까지 더듬어 쓰신 방대한 자료수집에 우선 경의를 표하고 싶다.
수년 전 회갑을 맞은 본인이 쓴 문집 ‘삶이 녹록지 않더라’가 문득 떠올라 실소를 자아냈다. 시쳇말로 가방끈이 짧아 졸작을 내고 항시 부끄러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한 박사님의 자서전을 읽고 새삼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끝으로 “한인규 이사장님의 희수연을 겸한 자리”라는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스승의 은혜를 제자들이 합창할 땐 한 박사는 감회에 젖어 분위기가 일순 숙연해지기도 하는 등 스승에 대한 예를 다했다. 제자들의 면면으로 보아 한 박사님은 학자로서, 또 스승으로서 후학 양성에도 전범임이 반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