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동 서울지사장의 동행취재기
2010년도 재경월항면민회(회장 도영호) 정기총회는 고향의 문화유적을 둘러보는 뜻깊은 행사로 대체했는데, 지난 5일 동행취재를 위해 아침 일찍 출발 장소로 나갔다.
낯익은 얼굴들이 속속 도착, 수인사가 오가고 모처럼 고향으로 간다는 설렘으로 모두들 상기된 표정들이다. 90여명의 회원들이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고향으로 향했는데, 버스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집행부에서 준비한 간단한 음료와 김밥 등 먹거리들이 제공되었다. 여행이란 언제나 즐겁기 마련이지만 그 목적지가 고향일 땐 더더욱 설레는 것이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첫 도착지 월항면 인촌리 세종대왕자태실 입구에는 강정호 월항농협 조합장을 비롯해 배춘석 성주문화원장 등 고향을 지키는 많은 인사들이 미리 나와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다. 전 초전초등학교 이덕주 교장의 안내로 인촌리 산 8번지 태봉정상에 위치한 세종대왕자태실로 안내되었다. 필자는 수개월 전에도 와본 적이 있지만 몇 개월 사이에 태실 주변이 석축 경계석 등을 새로 설치, 말끔히 정비되어 있었다.
국가사적 제444호 세종대왕자태실은 세종 20년(1438년)에서 세종 24년(1442년)사이에 만들어진 19기의 태실이 수양대군을 비롯한 세종의 적서 17왕자와 왕손 단종의 태를 안장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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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자태실은 왕자태실이 군집을 이룬 국내 유일의 태실이다
선석사, 일반인 태실 보관하는 최초 ‘태실법당’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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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자태실은 우리나라에서 왕자태실이 군집을 이룬 유일한 형태일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태실의 초기 형태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이렇게 중요한 왕자의 태실이 우리의 성주에 있다는 것은 전국의 어느 곳 보다 성주가 길지 중의 길지임이 반증되는 것이다.
이어 바로 옆 선석산 기슭에 있는 선석사(대웅전, 문화재자료 제113호)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절은 처음 신광사(神光寺)라 하여 신라 때에 유명한 의상대사가 692년(효소왕 1년) 전국에 10개의 절을 지을 때 지은 절로서 그때는 지금의 자리가 아닌 서쪽 편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고려말엽, 신광사의 주지가 된 나옹대사가 1361년(공민왕 10년)에 절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터를 닦는데 큰 바위가 나왔다하여 절 이름을 선석사(禪石寺)라고 고쳤다. 선석사는 근처에 세종대왕자태실이 조성되면서 태실의 수호사찰로 유지되었으며, 영조로부터 어필을 하사 받기도 하였다.
선석사는 2009년 9월 25일 태실법당이 건립되어 조선왕실 태실 수호도량인 선석사에 일반인 태실을 봉안하는 법당이 국내 최초로 들어섰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태실법당 건립은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이 시대에 어떤 대작불사보다 절실한 불사라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국가사적과 문화재자료가 월항에 있다는 것이 출향인들에겐 대단한 자긍심을 갖게 한다.
다음은 강정호 월항농협장의 안내로 참외 선별장으로 가서 참외의 선별과 포장과정을 자세히 설명 들었다.
‘참외’ 하면 성주를 떠올리게 되고, ‘성주’ 하면 참외를 떠올리는 것처럼 이제는 성주참외가 세계로 수출길이 열려있다는 것이 여간 자랑스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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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 철산, 먹뫼, 댓갱이, 나부람 등 정겨운 이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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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월항농협으로 이동하면서 도영호 회장은 기억을 더듬어 마을 지명과 유래들을 자세히 설명하여 가이드의 역할까지 담당했다. 용각2리 당새 마을을 떠나 철산을 지나고 멀리 오른편 산밑에 기와집들이 즐비하고 아담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도 회장은 “저기가 바로 보동마을”이라며 옛날에는 30호 정도인 작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70여호로 늘어나 유일하게 번창한 마을이라 소개한다. 그리고 왼편에 먹뫼, 신기 그리고 백산그룹 김상화 회장의 고향인 댓갱이 마을을 가리킨다.
월항에는 마을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고향 내음이 물씬 풍긴다. 예를 들어보자. 장산, 철산, 인촌, 작촌, 유월, 유촌, 용각, 댓갱이, 먹뫼, 수죽, 나부람 등등...
농협 대강당에 도착하고 보니 김항곤 성주군수 당선자와 관내 기관단체장들이 모처럼 고향을 찾은 출향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태근 고령군수도 월항초등학교 총동창회장 자격으로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고향이 아니고선 느낄 수 없는 환대였다.
서울이 아닌 고향에서 식순에 따라 ‘재경월항면민회 정기총회’가 개회되었다. 출향인 90여명과 고향을 지키는 기관단체장을 비롯한 주민 등 2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이색적인 모습에서 고향의 푸근함과 정겨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도영호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인사말을 이어갔다. 도 회장은 참석 내빈을 일일이 호명하며 환대에 대해 회원을 대표하여 정중한 감사의 인사를 했다. “오늘 서울에서 온 출향인 대부분이 반세기가 넘는 타향생활로 고향을 무척이나 오고싶어했다”며 “고향의 흙 한줌, 풀 한 포기에도 정겨움을 느낀다”고 향수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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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농촌 우리는 하나’ ‘고향방문단 환영’ 현수막 눈길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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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석 부면장, 배춘석 문화원장의 환영사에서도 진한 고향의 정이 흠씬 묻어난다. 그러나 이 부면장은 월항면 인구 총 3천500명 중 20세 이하가 400여명으로 심각한 노령화를 걱정했다. 그리고 지방초와 월항초등학교 전체 재학생이 69명뿐이라고 실상을 소개하여 어느 때보다 잘사는 농촌마을이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있음을 실토했다.
이태근 월항초 총동창회장은 환영 인사에서 “선거를 통해 갈라진 민심수습을 위해 출향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김항곤 성주군수 당선자도 “최선을 다해 군정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1년 전 이장상록회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색소폰 동우회’의 ‘갈대의 순정’ ‘꿈에본 내고향’ 등 향수를 자극하는 은은한 색소폰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오찬이 시작되었다. 진수성찬으로 눈앞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강정호 조합장과 관계자들의 준비성에 모두들 감탄했다. 고향이 아니고는 받아볼 수 없는 환대였다. 더구나 귀경길에는 세계적인 고향의 명품참외 한 박스 등 몇 가지 선물까지 챙겨주는 인정을 보였다.
오후의 첫 탐방지인 경상북도 민속마을(중요민속자료 제255호)로 지정된 ‘한개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교리댁, 한주종택, 월곡댁을 돌아보고 대감댁인 대산동 북비고택에서는 그 댁의 주인 이수학(박약회 수석부회장) 선생으로부터 대감댁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선생은 “양반동네에 산다고 남들이 얘기할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실토한다. “옛날에 양반들이 사시던 곳은 맞지만, 나는 아니다”라며 강변한다. “이 마을에서 어릴 때 대감댁이란 택호(宅號)가 불리는 집은 우리집 뿐이어서 내가 최고의 양반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고려나 조선시대의 신분계층을 나타내는 양반이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상경길에 배춘석 문화원장의 안내로 지난 3월 준공한 성주문화원을 들렀다. 현관 앞에서 박기열 사무국장과 여직원이 나누어준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히며 현관을 들어서는데 왼쪽 벽에 ‘文化暢達’이라는 현판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배 원장의 작품이었는데, 층층이 서예와 목각작품으로 벽면과 공간을 가득 채워 도대체 어디서 그러한 열정이 나오는지 팔순노인이라 믿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귀경길 차중에서 원로들의 덕담과 노래 한가락도 월항면민회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사회자인 이종명씨의 아량으로 나에게도 마이크가 돌아왔다. 매년 우이동 초가집에서의 정기총회 참석이 여러 해째다. 재경월항면민회의 역사를 보면 김상화 초대 회장께서 기초를 튼튼히 다져 놓았고, 그 후 이영목 회장, 백양기 회장, 박홍서 회장에 이은 현재의 도영호 회장에 이르기까지 전 회장님들을 다 뵈었으니 이쯤 되면 명예회원으로 가입시켜줘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ㅋㅋㅋ
매번 모임 때마다 느끼지만 성주 출향인 가운데 쟁쟁한 분들이 월항에 많다는 것과 앞다투어 협찬금을 내는 분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여성회원들의 참여가 많아서 분위기가 항시 화기애애한 것도 여타 면민회와는 차별화 된다.
무엇보다도 금년도 정기총회를 ‘고향의 문화탐방’으로 갖게 된 도영호 회장과 임원들의 특별한 기획이 돋보인다.
성주군의 10개 읍면 중에 현재 재경면민회가 7곳 조직되어 있다. 아마도 이번 재경월항면민회 ‘고향문화탐방’을 성황리에 마쳤으니 앞으로 타 면민회에서도 자극제가 되어 출향인과 고향이 더욱 가까워지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