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명수 프로테우스를 아는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 신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변화무쌍해서 누구도 그의 진짜 얼굴을 본적이 없다. 자기가 없는 신이다. 이런 공백의 자아 때문에 예일대 립턴 교수는 현대인을 ‘프로테우스적 인간’ 이라고 꼬집었다. 어제는 이랬다가 오늘은 저랬다가, 그래도 아무런 갈등이 없다. 참 편리하다. 이것도 한 방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황에 따른 수동적 변화로는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줏대도 없이 흔들리고 지치기만 한다. 초전·용암면장으로 근무 하면서 농민들과 지내보면, 특수작물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그러나 다른 지방보다 가계사정은 좋으나, 나를 돌볼 줄 모른다. 완전히 탈진하기 전에 쉬어 갈 수 있는 용기를 내야한다. 쉬는 데에도 용기란 말을 써야만 하는 우리 형편이 딱하다. 우리는 정말이지 쉴 줄 모른다. 죽어라 달리기만 한다. 농사일이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참외는 일이 많다. 몸이 쉬라고 신호를 보내는데도 우리는 강행군이다. 그땐 몸이 우리를 쉬게 한다. 드디어 병원 신세,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늦긴 했지만 한국인의 미련증을 고치는 데는 이 방법밖에 없다. 응급실에 실려 가서야 제정신이 든다. 이게 개체 보존의 본능이다. 앓고 나면 사람이 아주 달라진다. 일에 쫓겨 친구들과 밥 한번 먹지 않던 사람이 아주 딴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인색하던 사람이 친구를 불러 술을 사는 등 인심도 후해진다. 주위에서 깜짝 놀란다. “저 사람이 죽으려나 보다.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잖아?” 하면서 중얼거린다. 오늘도 용암면 한 분이 응급실에 실려 갔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지 마라.’ 터키 격언이다. 게으름을 피우란 소리가 아니다. 오늘 일이 끝났으면 신나게 놀고 삶을 즐기란 뜻이다. 그게 진정 제대로 사는 슬기다. 내일 일까지 미리 하는 개미의 삶이 과연 제대로 된 삶인가? 개미형 인간은 예외 없이 미래 공포증에 시달린다. 일 하지 않으면 장래가 걱정이다.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안 하면 뒤쳐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죽어라 해도 앞서 가는 사람을 따라잡을 순 없다. 우리 앞엔 언제나 앞서 가는 사람이 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경쟁의 물결에 휩쓸려 허둥대기만 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쓰러진다. 이대로는 안 된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 가끔 뒤도 돌아보자. 우리 뒤에도 많은 사람이 따라오고 있다. 그냥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걷기도 하면서 쉬엄쉬엄 가자. 주위도 천천히 살피며 걷자. 그래야 지름길도 보이고 쉬운 길도 보인다. 그게 현명하게 가는 방법이다. 쉬어 갈 줄 아는 용기!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화두다. 민첩하게 움직이되 잠시의 여유를 즐기자. 나를 아끼고 사랑하자. 달리지만 말고 때론 주위 경치를 즐기며 여유롭게 걷자. 그런 여유가 진정 새로운 창조를 이끌어 낸다. 명심하라. 위기는 항상 내 안에 있다. 창조는 쉼의 순간에 터진다. 멍청하게 있을 때, 막 잠에서 깨어날 때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쉼이 창조를 이끌어 낸다는 증거다. 뇌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한다. 생각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뇌에선 창조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늦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나를 사랑하자.
최종편집:2025-05-19 오후 06: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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