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인구감소 해결 위한 교육지원정책 태동
□ 공교육 중심 지원의 공과 실
■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지원정책 분석
□ 명문고 육성정책에 따른 문제점
□ 교육지원의 선순환 구조로 문제 해결해야
전국 지자체마다 교육지원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국가 전체적인 인구의 증감은 출생과 사망에 주로 영향을 받지만 지역수준에서의 인구 증감은 인구이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인구이동의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자녀교육을 위한 이주 증가로, 자녀교육에 대한 전 국민의 열의와 관심이 높은 관계로 지역교육환경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농어촌 교육여건은 농어촌 지역의 경제·사회·문화적 기반의 취약성에 기인하고 있기에 학교와 교사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좋은 학교나 좋은 교육여건은 교사의 의욕(학교)과 학생들의 성취욕구,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실현된다.
여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지자체다.
전국 230개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한 해 1조3천890여억원을 교육목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춘진 국회의원이 교과부가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2009 지방자치단체 교육경비투자액 지원현황’을 공개한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성주군의 학생 1인당 교육경비 투자액은 56만2천원으로, 고령군 144만1천원에 비해선 저조한 편이다. 도내 13개 군부 중에선 6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교육경비 투자는 지자체의 교육 투자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기에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지자체의 교육지원 수준을 재단할 수는 없는 문제로, 성주의 경우 기초학력 증진 및 인구증가 유인책으로의 직접 투자방식을 선택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교육복지계라는 전담부서를 만들어 조직적인 교육사업을 입안하고 집행하며 연간 11억원 정도의 기금을 출연해 교육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 중 3억여원은 대학교 기숙사에, 7억여원 이상은 장학금 및 방과후학교 등 직접적인 교육지원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성주뿐만 아니라 대다수 지자체가 지역인재 육성과 우수 학생 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교육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북만 살펴봐도 3월말 현재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문경시와 칠곡군을 제외한 21개 시군이 장학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에 있다.
1997년 성주군을 시작으로 1999년 군위군, 2002년 영천시와 의성군, 2008년 영주·상주·안동·구미·김천시와 울릉·영양·청도군, 2009년 경주시 등이 잇따라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들 지자체는 지금까지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150억원의 장학기금을 적립해 우수 학생 장학 혜택부터 우수 교직원 인센티브 지원, 교육여건 개선사업 등에 투자해오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교육에 대한 해법풀이에 몰두하고 있다지만 아직 교육은 유일한 정답이 없기에 어렵다. 이에 향후 우리군의 교육지원정책 방향 설정에 도움을 얻고자 각 지자체별로 추진되는 교육지원정책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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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립학원에 주목한 지자체들
과연 모래성인가, 공든 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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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군의 ‘대가야교육원’ ◇◇
지난 2003년 10월 (사)고령군교육발전위원회가 설립되고, 이듬해 8월 ‘교육지원담당’ 부서를 신설한 가운데 침체된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과 명문학교 육성이 지원되고 있다.
고령은 타 지자체에 비해 뒤늦게 교육지원에 뛰어든 만큼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공립 무료학원인 ‘대가야교육원’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학원이 많지 않은 지역 실정에 맞춰 학생들이 우수한 강사에게 집중적으로 교육받아 기초학력을 높인다는 계획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고 있다.
중학생은 학년별 40명씩 120명, 고등학생은 학년별 30명씩 90명으로 총 210명의 우수 학생을 공개 선발해 방과후학습을 시키고 있다.
수준별 강의로 평일은 중학생 오후 5시50분∼밤 9시, 고등학생 밤 12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토요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특강과 자율학습이 이어진다. 주로 국어, 영어, 수학, 논술,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 입시에 영향이 큰 과목을 지도한다. 과목별로 갖춰진 12명의 강사진은 서울과 대구 등 전국에서 공모한 스타급 학원강사들을 초빙했다. 강의가 끝나면 군이 제공한 25인승 차량 2대로 학생들의 귀가까지 책임진다.
고령의 유일한 일반계(인문계) 고교인 대가야고는 2010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1명을 비롯해 수도권 대학에 20명, 경북대와 부산대 등 지방국립대에 30명이 합격하는 등 85명이 주요 대학에 합격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2명을 포함해 수도권 대학과 경북대, 부산대 등에 81명이 진학했다.
이 같은 성과는 지난 2006년부터 고령군교육발전위원회가 설립해 운영하는 공립 무료학원인 대가야교육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간 56억원의 군비를 교발위에 출연해 대가야교육원 운영, 교육여건 개선사업, 장학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역시 장학사업에 1억4천만원을, 대가야교육원 운영에 9억5천만원을 각각 편성했다.
또한 경북대·영남대 기숙사에 이어 계명대학교 향토생활관 건립기금 2억을 출연키로 결정했고, 교원 사기진작을 위한 고령교육대상 시상금 1천만원도 편성했다. 학교급식비 지원·방과후 학습지원 등에 매년 2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역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
◇◇경남 합천군의 ‘종합교육회관’ ◇◇
합천군 역시 고령과 비슷한 종합교육회관을 2005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경남도 내 최초로 군립학원을 운영함으로써 호응이 높아 타 지자체로의 확산을 가져오기도 했다.
농촌지역이 그러하듯 초등학교부터 도시로의 전학이 늘어나자 지난 2001년 ‘교육이 강한 도시 만들기’를 역점시책으로 채택해 (사)합천군교육발전위원회를 설립하고 교육발전기금을 모으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들어갔다.
합천 교육지원책의 핵심인 ‘종합교육회관’에선 관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학년별 60명씩 총 180명을 자체 선발해 학교 수업과 별도로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의 방과후수업을 하고 있다.
이 곳에는 서울과 대구지역 유명학원에서 10명의 강사를 영입해 매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과목별 특강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율학습도 새벽 1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 중 일부는 생활관에 입사하고, 원거리 통학생들을 위해선 통학버스(2대)도 운행하는 등 최상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합천군은 교육회관 운영비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에 적극 지원을 요청한 결과 지역육성사업(신활력사업)의 하나로 선정, 2005년부터 5년간 매년 10억원씩을 지원 받아 운영비 8억원을 전액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해 왔다.
올 하반기부터 지원이 끊어짐에 따라 교발위 기금 이자수입에다 군비 일부를 추가해 운영비 등을 조달키로 했다.
근래 대학입시에서 명문대 진학이 늘어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자 군민과 출향인들의 교발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당초 모금목표 70억원을 100억원으로 대폭 늘려 2011년까지는 채운다는 계획으로 활발히 추진 중이다.
더불어 지난해 전국 최초로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 38개교(5천80명)에 대해 100% 무상급식을 실시, 올해까지 이어오고 있는 등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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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운영하는 군립(공립)학원은 이 두 지자체뿐만 아니라 순창군의 옥천인재숙을 비롯해 경남 합천, 경북 영덕·봉화·의성, 전남 곡성·완도, 전북 김제·군산 등 많은 지자체가 시도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주목과 함께 논란도 끊이질 않는데, 군립학원 자체가 대부분 세금으로 운영되면서도 소수의 성적 우수 학생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며 학부모 사이의 위화감을 조장하고, 학교교육마저 파행으로 몰고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에 성주는 공교육은 배제한 채 단기 치적에 치중하기보단 성과는 느리지만 선순환구조만 확립되면 학교와 지자체가 일치된 정책을 추진하기 쉬운 공교육 중심의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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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발전기금 확산으로
지역인재 육성의 전망 밝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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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 교육투자 열기 활활◇◇
군위의 미래를 이끌어 갈 향토 인재육성을 위해 1999년 (사)군위교육발전위원회를 설립한 이후 12년째 접어든 현재까지도 군민과 출향인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져 눈길을 끈다.
‘교육이 희망이다’는 슬로건 아래 당초 2010년까지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목표였으나 2010년 6월 말 현재 131억여원을 조성하며 목표를 훌쩍 넘어섰다.
이 기금으로는 장학사업 14억원·학교운영비 19억원 등 경쟁력 있는 교육여건 조성과 교육환경개선에 33억여원을 지원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관내 중고생과 대학 진학생을 위한 장학사업으로 ‘전체학생의 96%가 장학금 수혜’를 받고 있으며 △원어민 영어강사 및 영어마을 캠프 △저소득층 및 초·중학생 영어체험학습 △중고등학생 해외연수 등 영어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우수 학생의 관내 학교 유치로 서울대 등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하며, 4년제 및 전문대 대학진학률이 1998년 18%에서 최근 90%(전문대 포함)로 크게 늘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총 50억원을 투자해 청소년과 군민을 위한 삼국유사 군위도서관을 건립·운영 중에 있고, 군위중고와 군위여중고가 군위중, 군위고로 통합됨으로써 학교규모의 적정화를 통한 학습권 보장 등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로 경쟁력 있는 학교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경북대·영남대·대구대와 기숙사 건립 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교육지원사업의 형태는 성주와 비슷하지만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한 기금 조성에 있어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이 이어진다는 점은 성주군이 배워야 할 점이다. 지난달 초엔 군위 출신의 재일교포가 교발위에 30억원의 기금 기탁을 약속하는 등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분명 부러운 일이다.
◇◇전남 고흥군, 각계각층 지원 계속◇◇
고흥군 역시 교육발전기금 기탁이 지속적이고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주목받는다.
2008년 2월에야 공익법인 (사)고흥군교육발전위원회를 설립해 출발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100억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결과 각계각층의 관심이 쇄도하는 가운데 7월 말 현재 67억원이 모였다.
공직자에서부터 출향인·교육 관계자·기업체·농협·지역민까지 교육발전위원회 회원으로 가입하며, 자연스럽게 회비 모금액도 매달 증가하고 있다.
조성된 기금은 고흥교육청 등 군내 각급 교육기관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접수받아 교발위 대의원 총회에서 지원 규모를 심의한 후 지원하고 있다.
금년에는 지난 6월 고흥교육청 등 8개 교육기관에 영재교육원 학습비, 우수 명문고 육성, 취업을 대비한 프로그램 운영예산 등으로 3억 1천만원을 해당 교육기관에 직접 지원하는 등 다양한 교육시책으로 공교육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매년 연·고대 등 수도권 종합대학과 국공립대 진학이 이뤄지고 있으며, 2010학년도 대입성적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전국 232개 자치단체 중 고흥군이 수리와 외국어 영역에서 1·2등급 증가율 30위 내에 들어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학생들의 관내 고교 진학이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발전기금 기탁이 활발한 만큼 고흥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 교육에 대한 전망도 밝아져 주목된다.
◇◇경기도 양평군, 귀가까지 책임져◇◇
양평군 역시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상당하다.
경기도에서 최다 면적을 보유하면서도 인구는 고작 9만3천여명에 불과한 양평은 농촌을 떠나는 인구를 막기 위해 지역 인재 육성에 팔을 걷어 부쳤다. 기금 500억 조성을 목표로 교육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2009년 말 기준 167억4천385만원이 모금됐다.
지난 2002년부터 장학사업 등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 역시 46억8천여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다양한 교육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우선 ‘방과후학교’ 지원사업 확대를 위해 교육청과 협력체계를 구축한 가운데, 관내 41개교에 좋은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비롯한 초·중등 원어민교사 확충, 종일 돌봄교실 운영 등 9개 사업에 9억6천9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대응투자사업의 일환으로 14개교에 23억원의 예산을 편성, 5개 학교에 체육관과 종합교육관의 신축을 지원 중에 있다. 또한 교발위 장학사업으로 4개 분야·1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양평장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장학사업을 구체화해 학부모 부담 경감 및 학력신장을 도모할 방침이다.
특이사업으로는 교발위가 2008년부터 추진 중인 ‘고교생 무료 통학버스 운행사업’으로, 전세버스 2대를 투입해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에게 통학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학업시간을 확보하게 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 상당수가 원거리 통학으로 등하교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으로, 일부는 농어촌버스 운행이 안 되는 지역에 거주하거나 배차시간이 맞지 않아 매일 부모가 등교를 시켜줘야 하는 등 상당한 불편이 일고 있다. 이에 통학차량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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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국 대다수의 지자체가 지역 인구감소의 대안을 교육에서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역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장학재단 및 민간(관) 주도의 교육발전위원(협의)회를 구성해 다양한 교육지원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재원인 교육발전기금은 각계각층의 십시일반 정성으로 모아 지역의 교육 인프라 구축 또는 장학사업 등을 통해 질 높은 향토교육을 실현하는데 목적을 둔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의 기금 출연도 중요하지만 각급 단체와 기업·사회지도층·개인의 기금 기부가 선행돼야 하며, 이것이 바로 기금문화의 정석이다.
성주군 역시 군비를 출연하더라도 교발위 발족 초기와 같이 ‘참외 한 상자 모금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모금의 액수보다는 책임과 관심을 갖고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함께 인식하고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취재 2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