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늙으면 우선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행동이 둔해지며 피모의 색깔도 퇴색한다. 키와 체중이 줄어든다.
노인의 연령기준은 확실하지 않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74세이지만 은행으로부터 역모기지를 받을 수 있는 나이,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나이인 65세 이상인 사람을 다 노인으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어릴 때는 동네에서 환갑나이만 지나면 다 노인이라고 했는데…
노인이 되면 기운(근력)이 쇠한다. 무거운 것을 들기가 어렵고 오래 걸을 수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원기 퇴화 현상은 가속화된다. 그래서 옛날부터 노인들은 작년 다르고 올 다르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사람이 70을 넘으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고 한다.
늙으면 말이 많아진다. 주변에 있는 많은 친구들의 경우를 보아도 그렇다. 젊었을 때는 입도 뻥긋하지 않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는 말이 대단히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손들과 함께 사는 노부모들의 경우에는 그것이 잔소리가 되기 십상인데 잔소리가 길어질수록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것 역시 십상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심해진다. 늙으면 아침에 들었던 말을 저녁에 잊어버리고 어제 한 일을 오늘은 모르게 된다. 내 친구 S군은 중학교 시절에 자기가 짝사랑했던 어느 여학생의 얘기를 자주 한다. 우리는 모일 때마다 그 처절했던 실연담을 들어야 한다. 자기는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했는지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되풀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 잊어버린다는 것은 노인 건강의 비결이라고 하니 탓할 것은 못 될 것이다.
노인들은 또한 쉽게 토라진다. 나이를 먹으면 조그마한 일에서도 섭섭함을 느끼거나 자기 마음대로 잘 안되면 토라진다. 꼭 어린아이들같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사이 젊은이들이 쓰는 표현으로 늙은이들은 쉽게 삐지는 버릇이 있다. 되도록 노인들을 대할 때 가능하면 하자는 대로 하고 칭찬을 많이 해주길 당부한다.
어린아이들은 앓으면서 자라고 노인들은 앓으면서 늙는다고 해 왔다. 늙으면 배탈이 나도 그렇고 감기에 걸려도 치유하는데 젊을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전 같으면 하루 이틀에 나을 설사도 늙으면 1주일은 걸려서야 낫는다.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끝내 못 고치면 이 세상을 떠나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늙으면 욕심도 많아진다. 그것이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욕심이든,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욕심이든 노욕은 버리되, 단호하게 버려야 한다. 말로는 죽음에 대해서 마음을 비웠다고 하면서도 몸에 좋다는 약은 다 사다 먹고 건강에 좋다면 헬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운동을 그전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은 더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이리라. 이것만은 정말 완전하게 버려야 한다.
사람이 늙으면 추억 속에 산다. 하기야 모든 지나간 일은 오직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니 서양에서는 “good old days”라는 말을 자주 쓰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노후설계나 미래에 대한 꿈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지난날도 중요 하지만 남은 날들에 대한 꿈도 가꾸어 가야 한다고 본다.
늙을수록 사람은 어릴 때 먹던 음식을 찾는다. 사람이 다소 보수적인 동물이기는 하지만 식성을 바꾸는 일은 정녕 어려운 일이다. 늙으면 자기가 어린 시절에 먹던 음식을 더욱 애타게 찾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늙어서도, 특히 외국여행을 할 때도 어릴 때 먹던 된장, 고추장, 두부찌개, 김치와 밥 등을 찾는지 모른다.
늙어 갈수록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먹먹해진다. 세상일에 관심을 끊고 노후를 보내라는 신체적 메시지가 아닐까? 웬만한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면서 여생을 살아가라는 자연의 섭리인지 모른다. 그러나 할 수 있으면 돋보기나 보청기 같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면서라도 늙었다는 죄로 온 이런 재앙을 극복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노인이 건강하게 살려면 소식해야 한다. 늙으면 타액, 소화액, 소화효소 및 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한다. 따라서 소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본 사람들은 일찍이 소식해서 세계 최장수국이 되지 않았는가? 적게 먹더라도 고기, 우유,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매일 조금씩 섭취해야 한다. 종합비타민제도 먹고…
늙어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 젊을 때 하던 격렬한 운동은 삼가야 하지만 산책이나 등산 같은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 현해탄을 건너온 ‘만보걷기운동’ 은 70세를 넘은 늙은이에게는 좀 과도 할는지 모른다. 하루에 시간적으로 50∼60분, 걸음걸이로 5∼6천 보 정도를 확보하면 좋을 것으로 본다.
일도 서서히 정리하고 주변 일이나 가족문제나 재산상속문제 같은 것도 서서히 정리해야 한다. 할 수 있으면 묻힐 곳도 마련해두고. 이제 팔십을 바라보게 된 우리는 가능하면 유언장도 미리 준비하되 재산은 가족에게 상속하는 것보다 사회에 환원하는 일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인들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동안 남의 말을 잘 들으며 가진 것을 불우한 이웃에게 베풀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잠시 잠깐 살다가 떠날 이 세상에서 누구와도 아옹다옹 하면서 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먹구름이든 솜구름이든 구름은 흘러가기 마련인 것이니….(2006.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