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야 술래야
굼실굼실 무논의
벼포기 사이를 옮겨다니던
우렁이를 찾아봐라
우렁이를 맛있게 찍어먹고
고개들어 울던
키다리 황새를 찾아봐라
황새 그림자에 놀라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개구리를 찾아봐라
황새 발걸음에 놀라
저리 숨고 이리 숨던
미꾸라지를 찾아봐라
술래야 술래야
발등이 붓고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며 찾아봐라
다 어디로 가서
꼭꼭 숨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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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였다. 어른들 틈에 끼여 맨발로 나락을 베다 보면 발밑에 꿈틀하면서 달아나는 것이 있었다. 뱀인가 싶어 깜짝 놀라서 보면 누렇게 약이 오른 미꾸라지가 물기 걷혀 가는 논바닥을 허우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 미꾸라지들은 곧 국솥에서 배춧잎과 어우러져 맛있는 추어탕이 되었다. 여름엔 개구리들이 꿈속까지 흔들었고 가을 들판엔 메뚜기들이 쏟아져 튀어나왔다.
지금 나락논에는 우렁이도 미꾸라지도 찾을 수 없다. 그들을 찾는 황새도 없다. 농약으로 가득한 가을 들판은 비닐 태우는 악취로 가득하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뿌리고 거둬들이던 두레농의 모습은 가족 중심의 기계농이 대신하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시인은 묻고 있다. '술래야 술래야....다 어디로 가서 꼭꼭 숨었지?'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