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치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끝없는 발목잡기의 행태를 국민들은 지겹게 보고 있는데 이제는 지방 정치에서도 그대로 닮아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9월 14일자 두 지방지를 접하고 이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무슨 비리이거나 시정할 것이 있으면 바로 잡으라고 하면 될 것인데, 그런 문제이기보다는 상호 경쟁적 입장에 있는 두 신문이 평소의 보이지 않는 알력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었다.
독자층이 한정돼 있는 군 단위에서 또 하나의 신문이 탄생하는 것을 보고 출향인의 한 사람으로서 적이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예지이거나 동인지 같은 것이야 다다익선이지만 대중 매체는 그게 아니다. 게다가 지방지는 더더욱 그렇다. 비효율이요 낭비적 요소가 더 많아 공기(公器)의 역할보다는 폐해가 더 많다. 중소 상인들의 광고는 물론 새해가 되어 하례 인사만 해도 양쪽 다 게재해야 하고 군 행정의 공보물 홍보도 이중일 수밖에 없으니 이보다 더한 낭비가 어디 있는가.
뿐만이 아니다. 필진 확보로부터 구독자의 확보, 취재원 경합, 행사의 주관 선점 등 모두가 부딪히고 끝없이 경쟁할 일이니 이 노릇을 어찌 하겠는가. 앞서 지적했듯 인구 5만도 안 되는 소도읍에 신문이 두 개라니 모르긴 해도 이런 사례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진정 고장을 사랑하는 원로들과 저명인사들이 걱정하는 것을 여러 번 봐왔다. 게다가, 한 신문이 한국지역신문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다 근년에는 또 한 신문이 전국지역신문협의회라는 단체에 가입했다는데 이 또한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사이 두 신문이 적어도 겉으로는 평온하게 보여 우호적 경쟁지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아 내심 안도하기도 했지만 이번의 일로는 실망감을 넘어 크게 우려를 자아내고 말았다.
신문의 사명을 어쭙잖게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론이어야 하고 공익을 앞세워야 하고 사심도 없어야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길 하자는 것이다. 두 신문의 논조를 보니 이미 정도를 벗어났다. 공직자의 겸직을 문제 삼으니 한 술 더 떠서 사단법인 교발위에 공무원을 참여시키라 한다. 질의를 하는 것인지 맺힌 응어리를 풀자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도 중앙 정치를 닮아가는 것인가.
우리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장관을 불러놓고 윽박지르고 호통치고, 면책 특권을 빙자하여 모욕적으로, 때로는 민의의 대변자라는 위압으로 호기를 부리는 것도 보았다. 군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소명을 사익을 위해 쓰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위임 받았음을 안다면 겸허할 줄도 알고 스스로의 금도(襟度)도 있어야 한다.
민의로 선출된 공직자와 국가로부터 임용을 받은 공무원은 서로 수평적(동등) 관계이지 수직적(상하) 관계는 아니다. 막말은 예사요 공인으로서는 쓸 수 없는 말을 여과 없이 쓴다. 상호 존중도 할 줄 아는 공직자이고 공무원이어야 한다. 언론이라고 군민 모두가 자존해야 할 ‘우리성주’를 그렇게 비하할 수 있는가?
잘 운영되고 있는 교발위는 왜 그렇게 집중 성토하는지 모르겠다. 대의제도는 신성한 대행이지 ‘자기만족’은 아니다. `교육 백년대계`는 교육의 중요성을 모두 함축한다. 그래서 출향인, 지역 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군비 지원과 관심 있는 군민들이 기탁하는 기금으로 출범한 교발위가 아닌가. 이제는 군민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으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공헌도가 여실히 나타나는 것도 보이지 않는가.
오늘의 다원화된 사회에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상호 유기적이고 복합적이다. 언론의 기능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표방한 목표가 유무형의 결과로 나타나 보이지 않는 이권으로 연결되어 때로는 순수성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설파하는 사람도 있다. 공직자의 임원 겸직 금지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정치권이, 시민단체가 이제는 ‘화해와 소통’의 시대로 가자고 하는 이때 두 신문이 갈등하는 양상을 보는 뜻있는 군민들은 조금은 걱정스러울 것이다. 두 신문을 동시에 보는 나로서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감히 주장하고자 한다.
군민이 나서고 유력인사, 출향인, 원로들이 나섰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하나의 신문`으로 통합할 날을 기대해 본다. 밀림의 법칙은 아무데나 적용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