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에 십 년 넘어 우리 집 살림살이를 도와주던 민정이네가 조그마한 자기 사업을 하기 위해서 그만둔 다음 누군가의 소개로 `아름이네` 라는 새 파출부와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어 번 반나절씩 우리 집에 와서 빨래며 청소를 거들어 주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다. 아름이네의 등장은 첫날부터 우리 아파트에서 화젯거리였다. 도움이 아줌마인 아름이네가 승용차를 타고 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파출부라면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생계 유지수단으로 남의 집 일을 도와주고 약간의 보수를 받는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랬는지 모른다. 내가 미국 유학시절에 들은 얘기인데 그곳 거지들은 구걸하기 위하여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거지들도 기동력이 있어야 하나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우리들을 놀라게 한 것은 그녀가 자동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기 집 살림을 챙기고 틈나는 시간에 도우미 아줌마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골프를 즐기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안 다음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골프를 쳐도 아주 잘 친다는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중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법인장이다. 그래서 아름이네는 한 달이면 이십여 일은 중국에서 남편과 함께 지내고, 나머지 열흘가량은 한국에서 일남일녀를 보살피며 바쁘게 산다는 것이다. 게다가 파출부 생활을 곁들이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일상생활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쁠 것이다. 파출부를 해서 번 돈으로 한 달에 백여만 원의 여러 가지 보험금을 감당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기도 하였다. 그녀를 보면서 우리 식구들은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 여름 동안 먹을 것을 가져다 굴속에 저장하는 개미를 연상하기도 했다. 아름이네가 중국에 가 있는 동안은 그곳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남편이 회사 간부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식사를 대접하고 난 후, 일류요리사 뺨치는 그녀의 요리솜씨가 회사에서 자자하게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녀의 활동이 어디 그뿐이겠는가? 그곳에 체재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과 매일같이 필드에 나가는데 그녀의 골프 솜씨가 저들을 매료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그녀가 중국에 가 있는 동안 우리 집 청소며 집안일은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우리 집 관리를 놓고 생각하면 그녀의 잦은 중국행은 우리 내외를 화나게 만들기 일쑤다. 그래서 새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우리 내외는 열을 올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가도 막상 그녀가 돌아와서 집안일을 하는 것을 보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지곤 한다. 워낙에 집안을 깨끗하게 해 놓고 가니까 그녀가 다녀간 다음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껏 매달 중국에 가서 오래 있다가 오는 그녀를 자르지 못하고 있다. 아름이네는 부지런하고 깔끔한 사람이라고 정평이 나있다. 더욱이 가상한 것은 그녀의 학구열이다.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그녀는 지금 검정고시라도 쳐서 중학교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오십을 바라보는 그녀지만 만학의 꿈을 불사르고 있다. 머리가 남달리 좋아 보이는 아름이네가 공부를 한번 시작했다 하면 똑 부러지게 잘하겠지만 언제 자기 집과 남의 집 살림을 가꾸면서 또 국내외에서 골프를 즐기면서 공부할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김양순 여사는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하고 또한 착한 일을 많이 하기로도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지난 추석 때도 자기 동네 노인정에서 쓸쓸하게 추석을 보내는 독거노인들을 위하여 시루떡과 송편을 해다가 드렸다고 한다. 몸매가 날씬하고 얼굴이 예쁜 만큼 그녀의 마음 또한 아름다운 것 같다(2006. 12. 25).
최종편집:2025-05-20 오전 09: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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