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두 잔 마실 때는 쓰기만 하더니
서 너덧 잔 먹고 나니 달기만 하다
내가 술을 마셨는데 술이 술을 마시더니
술이 나를 마시네
무슨 꿀인들
이보다 더 달 수 있으리오
동양의 시인 이태백 주태백이 못 잊은 달
달아 달아 달님과의 지극한 사랑 속에
끝내 출렁이는 강물 달 그림자 부둥켜안고
돌다 돌다 영원히 돌아가셨다는데
대한의 무명시인 주백은
뒤안에 숨겨둔 술병 찾아
뒤안을 돌고 또 도네
밥은 바빠서 못 먹는데
죽은 죽어도 못 먹겠네
술은 술이라 술술 잘도 넘어가네
시골집 담근 술 그윽한 그 맛에 취해
한 잔 술에 한눈 팔고 저 먼 산만 바라보니
산토끼 잡으려다
아이쿠
집토끼 놓칠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