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라고 했던가. 올 한해도 벌써 두 달 남짓 남아 있다. 3월 초봄에 때 아닌 장마로 농민들을 일년 내내 애타게 만들더니 결국엔 늦가을까지 이상기온으로 과일가격은 급등하고 배추파동까지 겹치게 되었다. 서민들의 주머니는 날로 얇아만 가고 세상 살아가는 인심이 정말이지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나마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그래. 옛날에 비하면 모두 부자이지 뭐. 허허" 베이비붐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배고픔을 아는 사람들이니 그나마 맞는 말이다.
요즘 신문·인터넷에 가장 많이 떠도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직업병 때문인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비정상적 사고에 관한 것들이다. 삶에 지친 어느 일가족의 자살이야기, 여교사와 제자의 스캔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금값 등 우울한 얘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새벽부터 길거리의 낙엽을 치우는 환경미화원, 밤잠 안 자고 아픈 사람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119구급대원,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하는 노부부 등 남모르게 선행을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나마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 싶다.
어느 듯 온 산에는 단풍이 울긋불긋하다. 일교차가 심하니 단풍도 더욱 예쁘게 물드는 것 같다. 이제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 모두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볼 시간이 아닌가 싶다. 지금부터라도 그동안 연락 못한 지인들에게 안부인사라도 전하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가까운 등산로라도 걸어보는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자.
직업이 소방공무원이니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당부의 한 말씀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
하인리히 도미노이론을 보면 모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안정한 행동, 불안정한 상태를 사전에 제거하도록 되어 있다. 쉽게 얘기하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란 옛 속담과 같은 이야기이다. 이 모든 것이 마음의 여유와 관련된 얘기가 아닐까.
아무리 바쁜 생활일지라도 한번쯤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사고 없는 가정,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