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7월 찌는 듯이 무더운 여름 해가 기울어질 무렵 폴란드의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포로 한사람이 탈출했다. 곧 나치수색대가 출동했다. 수용소 소장은 만일 탈출자가 24시간 내에 잡히지 않을 경우에는 그 사람이 소속한 14호동의 수용자 600명 중에서 10명을 골라 사형에 처하겠다고 선언했다. 14호동 사람들은 밤이 깊어갈수록 죽음의 공포에 떨었다. 탈출자는 탈출에 성공해서 체포되지 않았다. 14호동 사람들은 그날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이튿날 아침 점호에 끌려나온 14호동 사람들은 10열 횡대로 하루 종일 뜨거운 뙤약볕에 서 있어야 했다. 쓰러지면 발길질이 오가고, 그래도 쓰러지면 한 곳에 끌려나가 방치되었다. 오후 6시에 수용소 소장인 프리추 대령이 나와 한 줄에서 한 사람씩을 골랐다. 바싹 마른 지면에 대령의 군화가 뚜벅뚜벅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잠시 그치고, "너!"라고 소리를 질렀다. 긴장된 가운데 그 소리가 열 번 되풀이되었다. 그때마다 경비병이 지명된 자를 앞으로 내몰았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소리쳤다. "여보시오, 내게는 아내가 있어요. 불쌍한 자식도 있고요." 폴란드 군의 하사관 가조우니체크였다.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모아 경비병이 끌고 가려 할 때 갑자기 대열이 술렁대더니 누군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가조우니체크와 한 감방에 있는 신부님이었다. "저 놈의 돼지 새끼는 어쩌자는 거냐?" 대령이 소리쳤다. 신부님은 비틀거리는 걸음을 한 걸음씩 옮겨 대령 앞에 서더니 말했다. "소장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저 중의 한 사람 대신 나를 처형해 주십시오. 저 사람을 살려 주세요." 그는 폴란드 군의 하사관 가조우니체크를 가리켰다. "너 미쳤나?" 대령이 물어뜯기라도 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아닙니다. 저는 세상에 핏줄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 사람에겐 가족이 있습니다. 저 사람은 그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소장님 부탁합니다." "도대체 너는 무엇 하는 놈이냐?" 대령이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가톨릭 신부입니다." 신부의 맑은 눈을 마주 보던 소장이 이윽고 눈길을 깔고 고개를 떨구며 "좋아!"라고 한마디를 내뱉고 후딱 돌아섰다. 14호동 사람들은 넋을 잃고 있었다. 이 신부님이 바로 1982년 10월에 `성인품(聖人品)`에 올려진 막시밀리안 꼴베 신부님이다. 그 수용소의 경비병들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았으나 이처럼 태연자약하게 죽음을 맞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한편 14호동에서는 자기 대신에 신부님을 보낸 가조우니체크가 눈물로 시간을 보내며 음식을 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을 본 동료들이 그 잘못을 일깨웠다. "정신을 차리시오. 신부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시오." 몹시 추웠던 1982년 1월 13일 미국 플로리다를 향해 이륙한 보잉 737제트 비행기가 워싱턴DC 공항을 이륙한 잠시 후 포토맥 강 14번 다리 근처에 추락했다. 이 끔찍한 사고로 타고 있던 78명의 생명이 얼음장 같이 차가운 강에 수장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서 추락된 비행기 잔해를 붙잡고 살려 달라고 몸부림치는 6명의 사람이 있었다. 즉시 경찰 헬리콥터가 포토맥 강 바로 그 추락 지점으로 날아갔다. 구명 줄을 내렸다. 그 구명 줄을 잡았던 한 사람이 그 긴급한 상황 속에서 옆 사람에게 그 줄을 양보했다. 헬리콥터가 또 다시 와서 그 사람에게 구명 줄을 내렸다. 또 옆의 사람에게 건네 주었다. 이렇게 해서 다섯 사람이 다 안전 지대로 대피했다. 마지막으로 헬리콥터는 자기가 잡고 살 수 있었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계속해서 그 구명 로프를 양보했던 그 사람을 구출하려고 날아갔다. 그러나 그 사람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지친 나머지 그만 그 차디찬 포토맥 강 물 속에 가라앉고 말았던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 이름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 이름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요, 그 이름이 후세에 남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위해 자기가 살 수 있는 생명 줄을 포기하고 그 구원의 밧줄을 전해 준 것이다. 우리 모두 여기서 정신 없이 달려온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자. 오늘의 내가 있게 하기 위해 고귀한 생명들이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는가! 유명 무명의 생명들이. 그 숭고한 사랑 앞에 엄숙히 머리 숙여 감사하자. 정신을 차리자.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도 남은 생명 다하여 이웃을 사랑하자. 헐벗고 굶주리는 생명들에 눈길을 돌리자. `공정 사회` 참된 정의란 완벽한 논리나 반짝이는 구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
최종편집:2025-05-20 오전 09: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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