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제10회 성주학생문학상 고등부 산문부문 대상작
상실과 애수의 노란 빛 노스탤지어
-,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고전`으로 대접받는 귀하신 몸들은 많지만 `현대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축들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그들은 `현대 이전의 고전`과 마찬가지로 깊은 흔적과 넓은 영향을 남기면서 자신들의 문화적 정보를 널리널리 퍼뜨린다.
그러면서 그들은 현대, 우리 사는 이 시대의 고전답게 저자와 독자(영상매체의 시청자, 텍스트 매체의 독자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하다.
그 시대의 보편적 테마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은 현대의 고전이라고 평가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말하는 주된 테마가 성장, 젊음, 그리고 노스탤지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성장영화가 아니며, 그렇다고 주구장창 노스탤지어만 노래하는 향수병에 걸린 영화도 아니다. 성장이나 노스탤지어 같은 다른 테마들이 감성적으로 얽히면서 또 다른 테마를 이끌어내는데, 그것은 바로 상실감이다.
유년의 살바토레(이하 `토토`로 통칭)가 알프레도 아저씨와 처음 만나고 계속해서 우정을 키워나가는 공간은 시실리 섬이다. 이태리는 주로 반도 북부가 공업화가 잘 되어 있으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관광산업의 의존도가 커진다. 그런데 시실리는 이태리 최남단의 큰 섬이다. 한국의 제주도와 비슷하다고 할까. 이런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2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의 1940년대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섬의 작은 마을, 전쟁이 끝난 직후. 스토리를 순행적으로 재배열했을 때 처음에 놓이게 되는 장면에서부터 쓸쓸함이 묻어난다. 토토의 아버지가 러시아 전선에서 전사했으며, 어머니(마리아)가 그 사실을 부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 상실감과 그에 대한 반발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마리아가 남편의 죽음을 부정함으로써 상실감을 극복하려 노력한다면, 토토와 알프레도는 서로를 통해 상실감의 극복을 시도한다. 아버지가 없는 토토와 결혼을 두 번 했지만 아이가 없는 알프레도는 서로에게 꼭 맞는 짝패가 된다.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난 뒤 알프레도의 토토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진다. 그는 이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걸을 수도 없다. 비단 이 둘 뿐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은 상실과 극복을 거듭하면서 인생을 도야한다. 알프레도가 시력을 잃은 화재 사고 때 극장이 전소되고 나폴리 출신의 시치오가 극장을 재건하는 장면,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노후한 극장이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폭파되는 것은 이 상실과 극복의 사이클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는 `극장`이라는 존재로 형상화된 것이다.
아이인 토토의 경우에는 큰 줄기를 이루는 `상실` 테마에 `성장`이 더해진다. 청년이 된 토토는 으레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벗어나듯 알프레도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서 만나게 되는 첫사랑 엘레나 멘돌라는 상실-극복 사이클의 일부이자 성장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은 너무 지순했기 때문에 둘은 헤어지면서 엄청난 상실감에 휩싸이게 된다.
토토는 사랑하는 사람도 잃고, 자신의 전부나 다름없던 극장도 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느 때의 상실처럼 극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껏 그의 상실의 극복을 도와주던 알프레도 아저씨가 그를 더 큰 상실로 몰아넣었다. 엘레나가 왔다 간 사실을 숨기고, 그녀의 쪽지를 발견하지 못하게 했으며, 토토를 고향 밖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그 결과로서 토토는 고향을 떠나 본토로, 로마로 갔다. 그는 첫사랑, 자신의 유년이 깃든 극장, 고향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일생동안 길이 남을 거대한 상실감을 거쳐 `살바토레 드비토`가 되었다. 이제 토토는 없다. 그는 이 거대한 상실감의 흐름을 거스를 능력이 없다. `토토`라는 존재와 `살바토레`라는 존재 사이의 간극은 고향을 떠나고 30년 동안 살바토레가 고향을 찾지도, 연락하지도 않은 점에서 극단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살바토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었지만 이 거대한 간극을, 엄청난 상실감을 메꾸지 못한다. 30년 만에 다시 찾은 고향에 아버지와 같았던 아저씨는 죽고 없다. 극장은 폭파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겨우 찾았으나 그는 옛 친구의 아내가 되었다. 엘레나와의 짧은 재회도 마음속의 커다란 구멍을 메울 수 없다. 여기서 한가지 문제는, 그가 이룩한 업적이 인생의 상실감과 맞바꿀 정도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명확하게 논할 수가 없는데, 그것은 이 부분이 영화상에서 정확히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프레도가 고의적으로 두 사람을 갈라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 결과로 생긴 상실감이 과연 살바토레의 삶을 이끄는 -좋으나 싫으나- 원동력이 되었나? 어찌되었든 지금 살바토레의 삶은 성공한 삶이니 -내면적 고뇌는 차치하고- 가치 있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애초 엘레나와 헤어졌어야만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모든 것이 모호하기 그지없다.
유명한 마지막 장면. 고향에서 가져온 알프레도의 유품인 필름 뭉치를 가지고 로마로 돌아온 살바토레는 자기 전용 극장의 영사기사에게 필름을 넘겨주고 사사실에 혼자 앉는다. 그의 눈앞에 50여년 전에 아델피오 신부가 검열해 자른 수많은 키스신들을 알프레도가 이어붙인 영상이 펼쳐진다. 끝없이 펼쳐지는 키스의 향연과 엔니오 모리코네의 노래 속에서 살바토레는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자신에게 위대한 사랑을 베풀었지만 동시에 일생동안 남을 상실감을 가져다 준 알프레도에 대한 감사일까, 원망일까. 또는 잃어버린 사랑과 유년기에 대한 회한일까. 아니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간극과 상실감에 대한 절망의 눈물인가. 그렇지 않다면 드디어 간극과 상실감을 극복함으로써 그 카타르시스를 표출하는 기쁨의 눈물인가. 그 누가 알랴.
-수상소감-
학교에서 9월 전국연합 모의고사를 마치고 기숙사 개방 전까지 할 일이 없는 아이들에게 건전한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그게 이었는데 당시 그 영화를 보고 서투르게 아무렇게나 끼적인 글이 문학상에, 그것도 대상을 받게 되었다고 하니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 상복이 많은 편이 아니던 내가 대상을 받게 되었다고 하니 실감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반신반의했으면서도,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기뻐 마지 않았으며, 어쩌면 더 잘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내 모자람을 떠올리면서, 부족한 글에 과분한 평가를 내려 주신 데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성주학생문학상 심사 결과-
▲대상
고등부 ▷산문 이승주(성주고 1) 성실과 애수의 노란 빛 노스탤지어
중등부 ▷산문 김새결(성주중 2) 호랑이의 우산
▲금상
고등부 ▷시 도지원(성주여고 1) 까치
▷산문 김상아(성주여고 2) 신발을 벗었다
중등부 ▷시 백효경(성주여중 2) 달팽이
▷산문 김범수(성주중 2) 노동자들의 인권(독후감)
▲은상
▷시 김은지(가천고 2) 새벽시장·박영훈(성주고 1) 어두워·김다혜(성주여고 2) 앨범·이민규(성주고 1) 걷다가
▷산문 서우현(성주중 1) 우포늪과 경주박물관·허유란(성주여고 2) 올해, 추석·복초롱(초전중 2) 꿈, 꾼 대로 이루어진다·김혜민(명인중 3) `마녀사냥`을 읽고
▲동상
▷시 정영은(성주여고 1) 병원·김나연(성주여중 3) 태엽·김은지(성주여중) 소라껍질·김가애(가천중 3) 겨울군·박성찬(성주중 1) 꿈은 나의 단짝 친구·김사무엘(벽진중 3) 아들아 우리집이 최고다
▷산문 박아현(성주여고 1) 모래시계·박종희(성주고 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미소(성주여고 2) 보물 줍는 할머니·김금오(성주중 3) 나에게 주어진 시간·김지혜(벽진중 2) 우리 언니·문상길(명인중 3) `전갈의 아이`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