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이 넘은 집사람의 친한 친구가 옥수수를 먹다가 한꺼번에 위쪽 앞니가 다섯 개나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분의 치아가 본디 매우 약했었다는 증표일는지 모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칼슘 섭취에 부족이 없도록 유념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 왔던 그녀가 평소에 우유나 멸치를 충분히 먹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급한 마음으로 치과 병원을 찾아갔더니 공사비가 무려 오백만원이나 든다는 의사의 말에 그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두어 달 치료를 다닌 끝에 의치를 걸기 위해 위아래 이 전체의 본을 떴는데, 이번에 또 한 번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본을 뜨는 과정에서 아랫니 두 개가 아말검과 함께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치과의사가 혀를 차면서 하는 말이 아랫니들도 무너진 성수대교 교각 같다는 것이다. 그녀가 석 달 넘어 치료를 다닌 다음에야 거금 일천만원이 든 이빨 공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집사람은 병원에 다니느라고 지불한 교통비로 평소에 우유나 멸치를 사먹었더라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났을 터인데 하면서 껄껄거리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약간은 구슬프게 들렸다고 한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영양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타민 A3, D와 함께 칼슘섭취량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한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국민들의 채소, 과일, 우유 등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 때문이 아닐까? 더욱이 나이가 들면 칼슘의 소화율이 뚝 떨어져 그 흡수율은 50%도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골다공증 같은 것을 염려해야 하는지 모른다. 늙어서도 가을에 영그는 옥수수를 마음대로 즐기려면 평소에 영양관리를 잘해서 옥수수대공에 앞니들이 묻어나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평소 고기, 우유, 계란, 채소, 과일 등을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편식은 더욱 금물이다. 고령화 시대에 우리 노인들은 안 그래도 많이 먹지 못하는데 적게 먹더라도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 받을 수 있도록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비타민, 미네랄보충제를 하루에 한 알씩 먹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로부터 일 년 후의 일이었다. 영미 엄마라고 불리는 그 여인은 예전부터 소화 장애를 호소하면서 병원 출입이 잦았다. 상부 장기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 위 내시경 검사를 격월로 실시했지만 별 이상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본래 당뇨가 있어서 소식(小食)을 하던 그녀는 평소에 심한 변비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러 가지 증세가 악화되어 K병원에 다시 입원을 하게 되었고, 며칠 후 대장 파열로 인한 출혈이 심했고 그때서야 비로소 하부 장기를 검사해보니 그녀의 대장암이 말기에 이르러 부근 조직에까지 이미 전이될 대로 전이가 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몇 달간 치료에 최선을 다하였으나 이듬해 봄에 그녀가 살던 여의도 윤중제에 벚꽃이 만발했을 때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참 마음씨가 곱고 인물이 빼어난 그녀, 언제나 명품 모자를 쓰고 맵시를 뽐내며 다니던 그 멋쟁이 할머니가 자녀와 친지를 뒤로하고 영영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2007. 11. 11).
최종편집:2025-07-09 오후 05: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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