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시대에 여자가 지켜야 된다고 믿은 세 가지의 도를 삼종지의(三從之義)라고 일컬었다. 집에서 자랄 때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쫓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자식)을 쫓아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옛날에는 여자의 일생이 이러해야 덜 고달팠다는 것이다. 반드시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봉건주의가 무너진 지금도 여자는 그렇게 살아야 할는지 모른다. 따지고 보면 꼭 여자만 그렇게 살아야 되는 게 아니고 모든 남자들도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게 살아야 그 사람의 일생이 편안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릴 때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르고, 결혼 후에는 얼마나 충실하게 부인을 쫓고, 늙어서 인생 80을 바라보면서는 어느 정도 자식들이나 제자들의 말에 따르며 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아직도 내 뜻대로 행동하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슨 일을 당했을 때 이제는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또한 바깥일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친구나 제자들의 생각을 따라야 하는데 아직도 나는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늙어서 이러면 안 되는데… 라고 반성은 하면서도 아직도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서 나의 생각과 주장이 앞서니 이래서야 되겠느냔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자녀들은 삼종지의를 감행하려는 징후가 아직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를 내던지고 자식들이나 제자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내 여생이 더 편안하고 행복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요즈음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조금은 처량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손아래 집안사람들이 예사로 나의 의견을 깔아뭉개고 자기들 주장대로 밀고 나가는 경우가 늘었다. 제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가까운, 이른바 직계 수제자들도 그전 같으면 나의 말에 절대복종을 했었는데 요새는 아예 내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들 주장만 늘어놓기 일쑤다. 또 그 자리에서는 내 말을 받아들이는 척하다가 나중에 보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예삿일이다. 처음에 이런 일을 당했을 때는 내 스스로 분통도 터트리고 했으나 이제는 나도 많이 익숙해져서 이런 일을 되풀이해 당해도 서운한 감도 갖지 않게 된다. 내가 무슨 공자도 맹자도 아닌데. 내가 나이를 더해가니 달라지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선생인 나를 식사에 초대해주는 경우가 있으면, 나는 고마운 마음으로 그런 모임에 참석을 한다. 그런데 참으로 불쾌한 일은 정작 나이가 많은 선생은 제 시간에 참석을 하는데 오히려 제자 녀석들이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좀 심한 녀석들은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에서야 당도하기도 하고, 많이 심한 녀석들은 온다고 해놓고 아예 불참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 내가 기력이 팔팔할 때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늙고 이용가치도 줄어들고 하니 선생을 쉽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만날 시간과 장소를 자기 멋대로 정해놓고 나에게는 통보하는 식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세상사의 흐름이 그러하던가.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게 아니라 이제 늙어서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금방 적응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옛날에 신봉했던 삼종지의를 열심히 되새겨야겠다. 나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사는 삶이 삼종지의의 참뜻이지 않겠는가(2009. 6. 15).
최종편집:2025-05-20 오전 09: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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